[임창덕 특별기고] 기술 진보가 만들어갈 세상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임창덕

2022-09-28     김동환 기자
임창덕
[매일일보] 최근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가 문제 되면서 사회적으로 시끄럽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5조 이상 대기업의 계열사 현황을 보면 카카오의 계열사는 118개나 된다. 금년 6월 기준, 카카오와 그 계열사를 합친 시가총액은 74조에 이르는 등 재계 서열 국내 5위까지 올랐고, 은행, 보험까지 진출하는 등 멈춤이 없다. 결국 정부와 소상공인으로부터 거센 비난이 일자, 해당 대표가 일부 업종을 철수하는 등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다.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답습한다는 비판부터, 수출에 크게 기여한 것도 없이 국내에서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는 사업들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극소수 엘리트의 손에 부가 집중되는 반면 대다수의 사람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늘 제기돼왔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경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기술 기반의 빅 테크 기업의 해체론까지 등장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기술독재가 득세하고 기술 혁명은 수십억 인간을 고용 시장에서 몰아내고,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무용(無用) 계급을 양산할지 모른다”고 우려한 바 있고, ‘포스트 피크’의 저자, 앤드루 맥아피는 “기술은 중산층을 사라지게 하고 양극화를 극대화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소위 기술관료(technocrat)로 불리는 기술전문가들이 중요한 영향력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카카오 콜이 대중적인 인지도와 IT기술을 앞세워 슬며시 택시영업에 끼어들더니 지금은 그 생태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면서 “카카오 회원 택시를 늘리고 비회원 택시한테는 콜을 주지 않아 결국 비회원 택시는 고사되고 카카오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개탄했다. 결국 네트워크에서 절연된 사람들은 생존할 수 없게 되고, 기술 독점은 인터넷이든 플랫폼이든 도구의 소유권을 획득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잘 목도하고 있다. 이번 카카오 사태와 별개로 인터넷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직방과 공인중개사들과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결국 수많은 공인중개사들이 플랫폼 하나에 집중되고,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기술 진보는 우리 사회를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20%대 80%의 사회보다 더 심각한 1%대 99%의 사회로 재편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99%의 소외된 노동자들은 프리케리어트(precariat, 불안정한 노동자계급)로 전락하고, 네트워크와 단절된 사람들은 실직과 디지털 독재 속에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 기업, 계층 등에서 갈수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사회를 극점 사회(summit society)라고 한다. 물이 말라 가장자리부터 중심으로 말라 들어오는 모습이라 생각하면 된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가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소득불평등을 말하면서 언급한 1%대 99% 세상이 빨리 도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근대 역사에서 최대 범죄는 증오나 탐욕이 아니라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있다. 기술 진보는 부와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 않게 하고, 이로 인해 노동자가 경제적 잉여, 즉 불안정한 실직자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인 견제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