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자영업자들도 경제의 주체고 국민이다
2022-09-30 매일일보
한국 자영업자처럼 불운한 집단도 흔치 않다. 월급생활자들이 “회사는 전쟁터요, 나가면 지옥”이라 말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오랜 세월 버텨왔다. 임금노동의 울타리 바깥이 ‘지옥’인 건 경쟁이 훨씬 치열해서인데, 현재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5%나 된다. 미국(6%)의 4배, 일본(10%)의 2.5배, 프랑스(12%)의 2배. 일본인은 10명 중 1명이 자영업자지만, 한국인은 4명 중 1명이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내수시장에서 자영업으로 먹고산다. 그중 절대다수는 도소매 등 5대 업종에 집중돼 있다. 과잉경쟁·각자도생의 비좁은 시장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 있게 됐을까.
한국은 산업화를 거쳐 고도성장을 누리고 중진국에 오래 머물다 이제 선진국 소리를 듣게 됐다. 70년에 걸쳐 진행된 이 과정에서 늘 자영업자가 많았다. 1970년 자영업자 비중은 35%였는데, 함께 매달린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하면 70%에 육박했다. 취업자 3명 중 2명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만들어진 건 전쟁 뒤 맨땅에서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가난했고 취직할 기업은 부족해 사람들은 알아서 살아가야 했다. 임금노동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이 식당 세탁소 슈퍼마켓 같은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면서 영세한 자영업자가 많아졌다. 비대한 자영업 인구는 한국인이 그만큼 아등바등 살아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더욱 힘들어지고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한국은 한때 코로나19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K-방역 성공의 원동력은 자영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양보와 희생이었다. 국민들은 개인의 사생활 정보가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출입 명부 작성과 QR카드 체크에 성실히 응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차질이 생기는 데도 영업금지나 제한조치에 순응했다.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영업금지·제한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결정하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호프집이나 포차 등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이 1시간만 단축돼도 직격탄을 맞는다.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지난달 말 수도권 등 거리두기 4단계 적용 대상 지역 자영업자 4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53%로 반토막이 났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현 방역체제하에선 휴·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응답이 63%나 됐고 이미 45만3000개 매장이 폐업했다. 올해 7월 기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도 집계를 시작한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자영업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젠 자영업 문제를 슬기롭게 풀지 않고서는 방역은 물론이고 소득 불균형과 사회양극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본다.
우리의 방역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희생으로 유지돼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기여에 보다 전폭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이들의 무너짐은 우리 사회 경제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위드 코로나'에로의 안정적, 점진적 전환을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방역이라는 전선과 일반 국민의 생계라는 후방이 같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