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석방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

유씨 석방 일간지 보도 분석해보니, 보수언론 'MB'띄우기

2010-08-15     이한일 기자

[매일일보] 북한에 장기 억류돼 있던 개성공단 현대 아산 직원 유성진(44)씨가 13일 석방돼 남쪽으로 돌아왔다. 억류 136일 만이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3면 <김정일 ‘일질정치’ 큰 효과 없자 대화로 돌아서나> 기사에서 북한의 “김 위원장은 당초 미국 여기자들과 개성공단 유씨의 신변을 각각 대미(對美), 대남(對南)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대미 관계가 여의치 않으면 대남 쪽에서 활로를 찾고, 반대로 대남 관계가 팍팍하면 대미 쪽에 유연성을 보이며 한미 공조체제를 흔드는 것이 북 대외전략의 기본 공식이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미 오바마 정부의 대북 공조 시스템이 ‘북의 기대’와는 달리 단단하게 유지됐다…대남 강경 노선이 대가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이 커진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차례로 석방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면 기사 <“정상이 아닌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에서는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은 유씨의 석방으로 대북정책의 기조가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그 이유를 “그간의 대북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전략적으로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씨 석방 외에 뭔가 ‘플러스 알파’를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했다. 사설은 “유씨 사건은 석방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북 당국이 2004년 합의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북측이 지키지 않을 경우 우리 대응수단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북측이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고서는 개성공단 사업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항법장치 고장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북측 경비정에 나포된 ‘800연안호’ 선원”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3면 <현정은 방북 맞춰 유씨 풀어 줘 북, 상응하는 ‘선물’ 기대한 듯> 기사에서 “북한이 13일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씨를 전격적으로 풀어준 것은 무엇보다 대남 압박의 지렛대로 삼으려던 전략이 빗나가 억류 사태가 오히려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한 “클린턴이 유씨 송환을 거론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추가로 꼽았다. 이어 “한·미의 대북 공조와 압박이 주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서재진 통인연구원장의 발언을 실기도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유씨가 풀려난 것에 대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던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제거됐다”며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는 훈풍의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측이 “피조사자에게 접견권과 변호인 참관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 것은 남북 합의서와 국제 관례를 무시한, 부당한 처사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로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남측을 따돌리고 미국만 상대한다는 통미봉남은 통해서도 안 되지만 통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북측에 전향적인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노력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서 북한이 유씨 석방을 통해 “남측의 대북 지원 재개를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정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며 신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기사는 북한이 유 씨를 석방한 것은 “국제사회가 올 상반기 북한의 군사적 시위에도 굴하지 않고 일관된 목소리로 대북 제재 기조를 유지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악화된 북-미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에서 북한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을 세워 간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띄워주기도 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북측을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유 씨는 풀려났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북측으로 넘어간 ‘800 연안호’ 선원 4명을 계속 억류”하고 있다며 “북한은 연안호 선원들을 즉각 석방하고 더는 인질을 이용한 치졸한 장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북이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영자 씨 총격 살해와 관련해서도 “재발 방지 약속은 물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며 “박 씨 문제 해결 없이 금강산 관광 재개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사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 및 북-미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에 대해서도 “북이 오판하지 않도록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통해 냉정하고 원칙적인 대응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성급한 자세는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향신문은 유 씨의 석방에 대해 현대아산 직원들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일제히 환영을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고사위기에 몰렸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유씨의 석방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5월 핵실험 등 무력시위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릴만큼 알린 북한이 유씨 석방을 국면전환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남측의 식량·비료 등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내부 사정도 작용했다는 시각”도 전했다. 정부가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이 중요하고, 정부가 남북관계 전환이 북핵 문제의 진전을 이끈다고 인식을 전환한다면 유씨 석방이 남북 관계 복원의 계기로 작용하겠지만, 그 반대라면 경색은 지속될 것”이라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사설에서는 재발방지와 정부의 대북 유연성을 강조했다. 사설은 “북한이 유씨 귀환을 통해 경직된 남북관계를 풀어보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평가하면서도 “유씨 억류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로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허점투성이의 남북 체류 합의서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일관성과 함께 유연성이 중요하다. 비핵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는 기존의 정책으로는 유씨 귀한의 추동력을 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남북관계를 짓눌러온 유씨 석방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도 숨쉴 공간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고 전했다. 유씨 억류 뒤 “정부가 남쪽인원의 신변 불안을 이유로 방북을 제한해온 조처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쪽 정부로선 극히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집행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고 것이다. 한겨레 사설은 이번 유씨의 석방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평양 방문길에 오를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밝혔으나 “그의 귀환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일시에 푸는 만병통치약은 물론 아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하지만 “양쪽의 교류협력을 더 활성화 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에도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며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남북에 촉구했다. 또 남쪽정부도 “강경 대응 일변도의 자세에서 벗어나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한 때”,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재개하고, 그동안 빗장을 걸었던 민간 차원의 방북도 문호를 더 활짝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움말: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