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폭증 '퍼펙트 스톰' 우려… 4대 경제부처 정책공조 고삐 죈다
금리상승·시장 변동성 확대 경고음..."대외리스크 선제적 대응"
"가계대출 증가율 올해 6%대 관리"…내년엔 4%대로 억제
2022-09-30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경고음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수장들도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졌던 인플레이션 강세가 ‘공급망 불안’ 변수와 만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 배경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대내외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까지 폭증하며 자산시장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30일 경제·금융당국 수장 4인은 가계부채 억제와 하겠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돈줄을 확실히 죄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회색코뿔소’와 같은 위험요인들은 확실하고 선제적으로 제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4차 대유행 여파로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는 일제히 감소했다. 세 지수가 한꺼번에 떨어진 것은 지난 5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지난달 전(全)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8(2015년=100 기준)로 전월보다 0.2% 줄었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된 지난 7월 감소 전환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가계부채’와 대외리스크를 점검했다. 경제·금융당국 수장 4명이 만난 건 지난 2월 이후 7개월만이다.
이날 홍 부총리는 "글로벌 공급 병목 해소의 지연 가능성은 물론, 최근 미국 부채한도 협상 및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경계감에 따라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계부채와 관련해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도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여건을 풀어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이어 "전환기에는 관련 당국 간 치밀하고 섬세한 정책 조율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날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6%대에 이어 내년에는 4%대로 낮추는 기조를 유지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폭넓게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들 역시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가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기재부는 회의가 끝낸 뒤 내놓은 자료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년 6%대 증가율로 유지하고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5~6% 내외로, 내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4%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통화·금융당국의 수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이런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정부는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에 대한 보호 방안까지 포함,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10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최근 글로벌 공급병목 해소 지연 가능성, 미국 테이퍼링, 중국 부동산 부실 등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
리스크 요인에 대한 선제대응 및 컨틴전시 플랜의 보완을 위해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 등 관계기관 간 협력체계는 더 긴밀히 가동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 "동시에 국제유가·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헝다그룹 문제 등 그간 잠재됐던 리스크도 일부 현재화되는 양상"이라면서 "글로벌 공급 병목 해소의 지연 가능성은 물론 최근 미국 부채한도 협상 및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경계감 등에 따라 앞으로 이런 대외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4대 경제 수장들은 경기회복과 함께 금융 불균형 완화를 위해 거시·재정·금융 정책을 조화롭게 운용(policy mix)하고, 위기 대응을 위한 한시적 조치의 연착륙과 방역과 민생이 함께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의 이행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홍 부총리는 "거시·금융정책 당국의 일치된 합심 노력과 거시금융정책 자체의 상호보완적 조합·운용이 기본 토대가 돼야 함은 자명하다"며 "앞으로도 거시경제·재정·통화·금융당국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서로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일사불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