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화재 가치’ 가린 아파트? 시작부터 염두했더라면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최근 부동산 및 건설 시장에는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여론은 갑작스레 규제 촉구로 돌아서고 있다. 문화유산과 관련된 한가지 사건 때문이다. 바로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에 대한 인천 검단신도시 3개 아파트단지 문제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다. 사적 202호로 지정돼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에 포함된다.
왕릉을 조영‧관리하는 일은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이었던 유교의 예법을 충실히 따르며 왕실의 권위를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다. 이에 능의 입지 선정, 조영된 능의 관리감독, 천장 등 왕릉과 관련된 사항에는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같이 했다.
특히 김포 장릉의 경우 능침에서 앞을 바라봤을 때 계양산이 바로 보인다. 이는 인조의 무덤인 파주 장릉으로부터 김포 장릉,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수직상 일직선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이 김포 장릉과 계양산 사이에 인천 검단신도시의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논란을 일으켰다. 그 수준이 김포 장릉에서 계양산을 가리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 조경 훼손 문제로 느껴진 수도 있겠지만 실상 문화재의 가치가 달린 문제였다.
이에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 3곳을 고발하고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문화재청은 이들 건설사가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으면서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반면 건설사들은 행정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건설사 3곳은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1곳만 인용됐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2개 건설사가 짓던 아파트 12개 동 979세대의 공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중단됐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에 따르면 김포 장릉이 세계유산에서 탈락하면 다른 조선 왕릉도 일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한다.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파트의 철거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게시됐고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다. 이외에도 많은 네티즌들이 이번 경우를 그냥 넘어갈 시 이어질 문화제 훼손을 우려하며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또다른 피해자는 3401가구의 입주예정자들이었다. 입주는 다음해 6월이지만 공사가 중지된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은 완공도 하기 전에 오갈 곳이 없어졌다. 이에 단체 행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인근의 문화재를 신경 써서 진행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행정적으론 문제가 없었더라도 욕심 부리지 말았어야 했다. 족쇄를 채우기 전에 스스로 신경 쓰는 것이 최선의 방식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