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뜨거운 감자 ‘8천억 과징금’ 운명은?

해수부 "업계 특성 고려하면 문제없어" vs 공정위 "원칙대로, 전위원회 심의 필요" 국내외 해운사 23곳 운송료 담합 8천억 과징금 부과 시 해운사들 재무부담 증가 우려

2021-10-07     김아라 기자
조성욱(왼쪽)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해운사 간 운임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 개정안이 올해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내외 해운사들의 운임 담합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양수산부가 팽팽히 맞선 나머지 해운법 개정안 상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 앞서 법률안 심사보고에서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해수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율이 필요해 이번에 상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해운사 공동행위를 두고 해양수산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권한을 해수부가 갖고,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과 함께 부칙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지난 5일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운사 담합에 대한 공정위 제재 방침과 해운법 개정안을 둘러싼 안팎의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조성욱 위원장은 “공정위가 해운사들의 운임담합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공동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불법적인 거래행위에는 거래 상대방이 있고 소비자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안전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정된 안건은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정돈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같은 날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사의 공동 행위에 대한 소관을 해수부로 명확하게 하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운사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위는 2003년부터 2018까지 16년 동안 국내외 23개 선사가 해 온 담합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최대 8000억원(전체 매출액의 10% 적용 시)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지난 5월 낸 바 있다. 제재 수위는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이같은 공정위와 해수부의 팽팽한 견해차는 경제계 안팎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174개 수출입 중소기업 중 85.1%가 해운법 개정안을 반대했다. 개정안 통과 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당 공동행위로 인한 운임 상승(46.0%)’을 꼽았다. 해운협회·해운항만단체 등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십억원부터 최대 2300억원까지 국내 선사에 부과하는 과징금만 5600억원 규모”라며 “특히 중소선사의 경우 공정위의 과징금 때문에 배를 내다 팔아도 버티지 못한 채 파산할 곳이 많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