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완만하게나마 경기회복세”
"향후 금리인상" 전망 우세...대외적 여건 따라 '동결 장기화' 예상도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2.50%)에서 동결한 것은 국내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띠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래 석 달 연속 동결이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예상 경로를 따라 회복하고, 특별한 대외악재가 덮치지 않는 한 한은의 동결행진이 다시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8일 금통위는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하나마 성장세를 지속하고 취업자 수 증가규모가 50세 이상 연령층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국내총생산(GDP)캡은 상당기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겠으나 그 폭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상승률은 농축산물 및 석유류 가격의 상승 전환으로 전월의 1.0%에서 1.4%로 높아졌으며 기상악화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현재보다 높아지겠으나 역시 GDP갭이 마이너스를 유지해 당분간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 우려가 완화되면서 대체로 안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구체화하면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세계경제는 미국경제의 개선 등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나, 미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과 관련한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 및 중국의 성장세 둔화 가능성, 주요국 재정건전화 추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성장의 하방위험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해외 위험요인의 변화 추이 및 영향과 기준금리 인하 및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정부 경제정책의 효과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의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국내 경기 부진과 대외여건을 들어 당분간 동결 또는 인하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경제동향 8월호에서 “아직 우리 경제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라며 “2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1.1%를 기록했으나 정부소비가 기여한 결과로 추세적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국내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여서 장기간 금리동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대외여건도 예상대로 움직일지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의 경제둔화와 미국의 출구전략 등이 국내 경기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상당수 전문가는 앞으로 기준금리의 향방은 인상 쪽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부가 하반기 3%대 중반의 성장률을 자신하는데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작되면 외자유출을 막고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브라질,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국은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한국이 이를 따라가기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란 설명이다. 이들 신흥국보단 한국의 성장세, 경상흑자 등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도 단기간 내 금리 인상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한국의 가계부채, 신용차별화 문제를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이 금융경색의 현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