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누구를 위한 전세대출규제인가

2021-10-12     최재원 기자
김인만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전세대출까지 규제를 강화하자 잡아달라는 집값은 잡지 못하고 투기와 상관도 없는 전세만 잡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며 전세 실수요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작년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5~6%이내로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올해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은 8월부터 가계 담보대출을 제한‧중단했으며,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임차보증금(전세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다. 전세시장이라도 안정된 상황이면 좋으련만 작년 임대차2법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더 불안해진 뒤 신규아파트 입주물량까지 줄어들며 전세가격 상승세는 여전하다.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줄어들고 계약갱신청구권 카드를 이미 써버린 세입자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 시장이 안정된 뒤에 해도 되는 전세대출 손질을 굳이 지금 집을 살 수가 없는 실수요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전세에 대해 ‘가계부채관리’ 명목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서민‧취약계층이 타격받을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라고 한다. ‘병 주고 약 주는 척’인데 서민‧취약계층이 아니면 피해를 봐도 된다는 것인지, 어디까지가 서민인지 기준도 모호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전세대출규제 강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6.9%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6.9% 이상이면 큰일나고 이하면 안전한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고신용자 신용대출에 대해 가계부채관리라는 명분으로 규제하는 것은 모순이다. 가계부채관리는 가계부채 명목수치를 제한이 아니라 저신용자나 사업자금대출 등 연체가능성이 높은 상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향후 주택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결국 가계부채관리는 명분일 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값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해 은행권의 팔을 비틀어 강제로 구매능력을 막아버리겠다는 속셈인 것 같다. 부동산대출정책의 기본은 실수요자들은 집을 살 수 있게 완화를, 이미 가진 자들은 그만 사도되니 강화를 하는 것이다. 갑작스런 전세대출규제로 또다시 벼랑으로 몰린 실수요자들의 현실을 적어도 내 자식, 내 부모의 문제라 생각하고 공감의 정책을 해주길 바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