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해 ‘6만전자’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전염병 확산 이후 가파르게 올랐던 상승분을 반납하는 것이라도 지나치게 갑작스럽다. 급격한 하락에 대해 시장의 충격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코스피 지수 및 주요 종목들이 줄줄이 하락해 주가의 거품이 빠지는 현상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뉴욕증시가 급락했다가 반등하는 등의 추이와 비교해 국내 증시가 저평가받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뉴욕증시에 비해 오를 때는 덜 오르고 내릴 때는 더 급격하게 떨어진 현상은 분명했다.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5월3일 이후 최근까지 공매도 금액이 60조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상대적 저평가를 공매도 탓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6만전자를 바라보는 데도 그런 불만의 시선들이 섞여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 영업이익 콘센서스를 소폭 상회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등 뚜렷한 악재가 없는데도 주가는 급락했다. 10월 들어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삼성전자는, 그 탓에 주주들의 원성도 높아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100만대 수준이었는데 월말부터 200만대를 넘어섰다.
공매도의 순기능이라면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 과열되는 양상에서 제어장치가 되고 악재를 만나 급락할 때 방지턱을 제공하는 역할이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공매도가 늘어난 상황은 그런 순기능을 떠올리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경우 업력과 무관하게 공매도가 집중돼 주가를 일시에 떨어뜨렸다.
만약 삼성전자에 대형 악재가 터져 외국인 등 외부주주가 한꺼번에 이탈하는 상황에서 공매도가 집중됐다면 대차 상환 시점에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인 이탈이 일어났으며, 그 때문에 공매도가 이탈을 주도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공매도의 순기능은 내릴 때 완충작용을 한다는 이론인데 최근 거듭된 급격한 하락세를 보면 공매도가 과연 그런 역할을 했는지 주주로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과거 셀트리온 사례를 보면 공매도세력을 떨쳐내기 위해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불필요한 비용소모가 많았다. 셀트리온은 결과적으로 국내 우량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공매도세력발로 추정되는 부정적 소문들은 근거 없는 악성 루머로 소멸됐다. 그런 흐름을 보면 공매도 이득을 챙기기 위해 루머를 퍼뜨려 주가를 조작하려하는 행위 등 공매도의 부작용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동안 주가가 올라 기업들이 회사채를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빅데이터, 디지털경제, 수소 및 전기차 등 사업구조 전환 및 신사업 투자를 확대한 선순환을 고려하면 주가 급락은 산업 경제측면에서도 부정적이다.
각국이 금리를 올려 유동성 시장이 종료되려는 시점에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은 이미 우려돼왔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그에 대해 정책적인 대책이 없었다는 점이 주주들의 비판을 산다. 시장에서는 공매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못해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적어도 유동성 장세 마감이 본격화 된 뒤에 공매도를 재개했더라면 지금같은 극심한 저평가를 피했을 수도 있다. 정부가 최소한의 대책도 없다면 시장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