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소방공무원의 화재진압‧인명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한 자에 대해서는 「형법」상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한 죄에 대한 형의 면제 또는 감경 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는 「소방기본법」 및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9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소방청이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구급대원 폭행은 614건으로 매년 평균 204.67건이나 발생하는데, 구급대원 폭행의 경우 대부분 술에 취한 사람에 의한 음주폭행으로 무려 540건이나 발생하여 무려 88%를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형법」에서는 심신장애자가 죄를 지은 경우 벌하지 아니하거나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정당한 공무수행 중인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행 사범에 대한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문제는 심신장애(心气障礙)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阻却情形)나 면책사유(免責情形)로의 남용 소지와 오용 개연성 그리고 악용 빌미가 잔존(殘存)하는 가운데, 특히 술의 힘을 빌려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주폭(酒暴)은 우리 사회에서 발본색원되어야 할 범죄행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심신장애(心气障礙)로 인해 고통받거나 범의(犯意)가 없는 행위에 대하여 비교적 관대한 처분으로 관용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심신장애(人心障礙)는 판단력 등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를 심신상실이라고 하고, 판단력 등이 있긴 있는데 부실한 경우를 심신미약이라고 한다. 심신장애는 엄청나게 큰 정신적인 쇼크 등에 의한 일시적인 신경쇠약과 알코올 중독, 노쇠, 자폐성 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 등 지속적인 심신장애가 있다. 다만, 심신장애는 정신의학상의 관념이 아니라 법률상의 관념이므로, 그 심신장애의 인정은 헌법과 책임에 비추어 법관인 판사가 행하는 것이며, 의학적인 평가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책임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범죄가 아니며, 심신미약자의 행위는 범죄이긴 하지만 그 형이 감경될 수 있다. 「형법」이 취하고 있는 책임주의는 “책임 없는 곳에 형벌 없다.”라는 법언이 말해주듯, 책임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고, 책임이 부족하면 처벌도 그만큼 가벼워야 한다는 원리이다. 다만 판사의 재량에 따라 감경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전 세계 어느 국가든 심신장애에 대한 감형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위법 행위자가 심신장애를 주장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보수적인 영미법을 시행하는 미국에서는 심신장애에 대한 심사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미국의 촬영감독 어니스트 밀러(E.C.Miller)라는 사람은 “미국에서 어떤 범죄자가 심신상실로 인한 무죄판결을 받고 방면될 확률은 뉴욕시에서 뱀에게 물리는 사고를 겪을 확률보다 낮다.”라고 말할 정도로 법 적용에 엄격하다.
그동안 「형법」 의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거나’(제10조 제1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는’(제10조 제2항) 감면 규정에 의거 형을 감경해 왔다. 그러나 이번 「소방기본법」 및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폭행 사범에 대하여 무관용 원칙으로 엄격히 조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방기본법」은 제54조의2를 신설하여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의 심신장애자 감면 규정(제10조 제1항 및 제2항)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도 제29조의3을 신설하여 ‘심신장애 상태의 구조·구급활동 방해 사범에 대한 형의 감면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은 구급대원뿐만 아니라 응급상황에 처한 국민의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차(假借) 없이 엄격(嚴格)하고 추상(秋霜)같이 준엄(峻嚴)한 처벌의 필요성이 높았고 구급대원 폭행 건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시의적절하게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법률 개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환영한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현장에 출동하여 화재진압‧인명구조‧구급활동 중인 소방공무원의 정당한 업무수행을 방해한 폭력 사범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엄중한 조치로 폭력행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차제에 ‘위력(破坏力)을 사용하여 출동한 소방대의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하여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출동한 소방대의 소방장비를 파손하거나 그 효용을 해하여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사람을 구출하는 일 또는 불을 끄거나 불이 번지지 아니하도록 하는 일을 방해한 사람 등에 대하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소방기본법」 제50조(벌칙)의 규정과 ‘정당한 사유 없이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28조(벌칙) 규정을 더 엄정(嚴正)하게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그리고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법」 제311조(모욕)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실효성 제고와 시너지효과 거양(擧揚)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소방이나 경찰 등 제복 공무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철주야 24시간 365일 쉼 없이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 묵묵히 맡은바 직무 완수라는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 동안 어느 한순간도 가슴밖에 둘 수 없는 안전은 누구의 손과 발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바로 제복을 입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공무원들이다. 이들이 입고 있는 제복은 국민이 바로 알아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식별 수단인 셈이다. 또한 국민에게 다가갈 때 도움을 주고 지켜주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표식인 동시에 국민을 위한 헌신의 다짐이자 봉사의 사명이자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긍지 그리고 부여받은 막중한 임무에 대한 명예일 뿐만 아니라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이라 여기는 유일한 자부심이다.
소방과 경찰 등 제복 공무원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 덕분에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열정과 투혼 덕분에 편안한 삶과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향유하고 즐기며 살아간다. 정당한 공무를 수행하는 그들에게 술에 취해 폭언과 폭력으로 답한다면 술을 핑계로 한 면제와 감경은 결코 정당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할뿐더러 오히려 가중처벌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 국민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제복에서는 결코 자부심이나 사명감이 생겨날 수 없다. 제복의 명예가 사라지고 사기가 떨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일터는 대부분 현장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선에서 위험과 싸우며 사투를 벌이는 그들의 유일한 힘의 원천은 사기뿐이다. 열악한 현장에서 사기충천·용기백배 헌신·봉사할 수 있고, 그들의 제복이 수의(壽衣)가 되지 않고, 국민의 존경받는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제복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의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 제복 공무원의 적법하고 정당한 공무수행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술의 힘을 빌려 상습적으로 피해를 주는 이른바 ‘주폭’은 다양한 곳에서 크고 작은 범죄의 형태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주취 폭력을 단순히 술의 잘못으로 가볍게 여기거나 술에 취하면 뭘 못해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으며 ‘술 마시면 개'라는 말도 주취 폭력에 대한 면죄부 같은 의미라고 여겨진다. 이는 술에 대해 스스로 관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인 셈이다. 법원 판결에서 「형법」의 심신장애자 감면 규정(제10조 제1항 및 제2항)을 적용하여 음주가 감형 사유가 되는 것도 지나치게 술에 관대한 우리 사회 음주문화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며 이러한 음주에 의한 폭력은 사회적으로 지탄받기에 충분하며 조속한 척결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만큼 ‘주폭’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경찰청이 국회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주취상태 범죄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살인·강도·폭행·강간 등 주요 범죄로 검거된 자 중 주취 상태였던 이들 비율은 △2015년 32.7% △ 2016년 32% △2017년 31.2% △2018년 30% △2019년 29.3%다. 주취 상태에서 벌인 주요 범죄 비율은 30%에 달한다. 21대 국회에서 술을 먹고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주폭’을 국가가 관리하고 범행이 계속되면 형량의 50%를 가중함으로써 주취 폭력에 대한 엄정한 대처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주취자 범죄의 예방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일명 ‘주폭방지법(안)’이 지난 4월 21일 경찰 출신인 김용판 국민의 힘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같은 경찰 출신인 임호선의원과 소방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동참한 가운데 다시 국회 소위에 회부 됐는바, 일선 경찰관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라며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주취자 보호 및 처벌 강화를 위한 법안은 2005년 17대 국회(주취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를 시작으로 2012년 19대 국회(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도 발의됐지만 사회적 합의와 비용 문제 등으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그사이 주취 범죄는 꾸준히 이어져 2019년 기준 공무집행방해 범죄의 65.7%, 폭력범죄의 27.9%가 주취자에 의해 발생했다. 이번에 발의한 ‘주폭방지법(안)’에는 주취자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주취자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 공무집행방해·방화·교통방해·폭행·성폭행·업무방해·주거침입·손괴 등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고, 상습범은 가중 처벌하는 것 등이 주요 골자다. 심신미약 형의 감경 불가와 더불어 상습 땐 형량의 50% 가중하는 ‘철퇴’를 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주취자 보호를 위한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의 각기 법적 권한을 명시했다는 게 특징이다. 사건에 연관된 주취자는 경찰이, 응급상황이 발생한 주취자는 소방이 맡고, 지방자치단체는 주취자를 보호할 의료기관을 지정·운영하게끔 하고 있다.
경찰청에서도 ‘주폭방지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폭방지법(안)’은 16년 만에 또다시 국회 문턱 앞에 서 있는 셈이다. 소방청이 추진하여 국회를 통과한 「소방기본법」 및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처럼 「주취자 범죄의 예방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를 통과하여 술에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되고, 적법하고 정당한 공무를 수행하는 최일선 현장 활동 대원을 지키고 보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現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