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품난’에 ‘원자재값 상승’…울고 웃는 K-산업계

중국발 전력난에 석탄·가스 가격 상승세, 국제유가 7년 만에 80달러 돌파 국제 철광석값 3주새 50%↑, 친환경제품 필수금속도 수요 늘어 가격 껑충 반도체 대란 장기화까지…車·전자·항공·해운 ‘촉각’ 정유·철강 ‘실적 기대감’

2021-10-14     김아라 기자
중국발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중국발 전력난에 산업 주요 원자재인 석유·가스·석탄·철광석 등의 가격 급등, 반도체 품귀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단기적으로는 업종별 희비가 나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가 높은 만큼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보다 가스 10배, 석탄 4배, 석유 2배 등 1년 사이에 폭등하며 최고가를 갈아 치우고 있다. 가스 가격은 가스발전 수요 증가와 러시아의 유럽향 공급 제약으로 동북아 현물가격이 지난 6일 역대 최고치인 56.3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5.2달러에 불과했지만 1년 새 10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석탄도 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석탄발전 가동, 탈석탄 기조에 따른 투자·생산 위축 등이 맞물려 호주산이 톤당 247.5달러로 최근 5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58.0달러 대비 4배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글로벌 에너지 부족 우려에 국제 유가도 치솟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와 OPEC+의 공급 제한으로 지난 11일 7년 만에 최고치인 80.5달러(WTI 기준)를 나타냈다. 지난해(40.6달러) 기준으론 2배 가까이 올랐다. 일각에서는 난방유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에 유가가 더욱 상승하므로 조만간 9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철광석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다수의 외신은 철광석 선물 가격이 3주 사이에만 50% 올랐다고 보도했다. 리튬·망간·알루미늄·니켈 등 친환경 제품의 생산에 필수적인 금속도 수요가 늘어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이들 금속 가격은 전년 평균 대비 각각 358%·99.2%·69.5%·31.5% 올랐다. 설상가상 사상 최악의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다. 이에 자동차업계는 울상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6% 해외 판매도 19.4%나 줄었다. 차량용 강판과 도장원료 가격 등이 일제히 급등한 점도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자동차에 이어 스마트폰 등 전자·정보기술(IT) 산업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당장 주력 제품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일부 제품은 신규 출시 일정마저 불투명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의 가전사업 영업이익은 이미 3분기부터 전년 대비 하락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름을 연료로 사용하는 항공·해운업계 역시 속내가 복잡하다. 반면 가장 수혜를 많이 보는 곳은 정유업계다. 수익성을 결정 짓는 정제마진이 최근 상승세를 탄 데 이어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철강업계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줄줄이 경신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 행진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로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으나 공급능력이 따라가지 못해서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기관들은 전력·난방 등 에너지 수요가 높은 내년 2월까지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