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제원유 급등에 정유화학 업계 ‘온도차’

7년만 원유 80달러 돌파…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사는 ‘호재’ 납사 비용 부담 커진 석화, 스프레드·수요물량 변동 따져봐야

2021-10-14     이상래 기자
국제유가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정유·화학 업계가 국제 원유 가격 급등이 업황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원유 가격 급등이 정유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 지배적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20달러(0.25%) 하락한 배럴당 80.44달러에 마감했다. 7년 만에 재진입한 80달러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정유 업계에게는 호재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실제 정유 업계 실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정제마진은 배럴당 6.8 달러로 추정된다. 손익분기점인 배럴달 4~5달러를 훨씬 웃돈 것이다. 지난 6월 불과 배럴당 1.4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상승이다. 가격뿐 아니라 물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정유사의 원유 정제시설 평균 가동률은 80%대를 넘어섰다. 가동률 80%대는 지난해 3월(80.7%)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는 개별 기업마다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일단 국제 유가 상승으로 원유에서 뽑아내는 기초 원료인 납사 가격은 치솟았다. 3분기 납사 가격은 전분기보다 12%나 급등해 비용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석유화학 업계 업황을 단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석유화학 개별 기업의 주력 제품 가격 상승률, 물량 확대 가능성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ECH(에폭시수지 원료) 제품 가격은 7.5%, 가성소다는 21%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두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정밀화학이 올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납사를 원료로 하는 에틸렌도 비슷한 상황이다. 9월 한 달 간 납사 가격 상승률은 6%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에틸렌 가격 상승률은 7%를 넘어섰다. 또한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을 대비한 수요 물량 확대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100달러 전망이 나오는 만큼 수요 기업들이 선제적 물량 확보에 나설 수 있다”며 “스프레드(판매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의 차이)가 줄어들더라도 판매 물량이 늘어나면 전체 수익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