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車업계, 반도체 수급난‧원자재값 상승에 ‘비상’

반도체 대란 장기화…출고적체 심화, 신차출시 연기로 번져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에다 반도체, 배터리 가격 등도 부담 재고없어 판매 실적 급감 현실화…4분기 차업계 ‘한파’ 전망

2021-10-14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완성차업계가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값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익성 하락 우려가 심화되며 업계 전반적으로 위기 의식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부족 여파로 신형 G90 등 4분기 일부 신차 출시 일정을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대란으로 기존 신차들의 출고난이 심화된 가운데, 새로운 모델 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출고 적체가 심각한 상태다. 주요 인기 차량은 인도를 받는 데 평균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 현대차와 기아는 9월 국내에서만 각각 1만대, 2만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지엠은 반도체 부족으로 이달 4일부터 2주간 부평1공장 휴업에 돌입했다. 부평1공장은 주력 차종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곳이다. 쌍용차도 같은 이유로 수천대 규모의 출고 적체가 발생한 상황이다. GM을 비롯한 토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역시 동남아시아로부터 반도체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생산량을 축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부족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졌다. 반도체 업체들이 주문을 받은 뒤 실제 납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작년 말 13주 정도에서 올 3분기 평균 22주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WSJ는 또 “자동차 제조사 경영진은 그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연말이면 완화될 일시적인 문제라고 말해왔지만, 이젠 수년이 걸릴 ‘구조적 대격변’이라는 견해가 부상하고 있다”고도 했다. 일단 반도체 공급난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는 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동남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일부 가라앉고 있지만, 이 지역 반도체 부품 주문량이 3개월분 정도 밀려있어서다. 앞서 동남아 지역에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악화됐다. 동남아 지역에는 독일 인피니온과 네덜란드 NXP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이 모여있다.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에 따른 판매 급감은 현실화됐다. 차량 재고를 통한 실적 방어가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 9월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2%, 14%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업계 전체로 보면 국내외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다. 수입차업계도 반도체 부족에 물류 지연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들어 판매량이 감소했다. 원재료값 인상도 큰 걱정거리다. 원재료 인상분을 차량 가격에 그대로 녹여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올 초부터 웃돈을 주고도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며 반도체값이 급등했다. 대만 TSMC는 지난 8월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차 강판과 배터리 가격도 부담이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국내 철강업계와 강판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강판값 인상은 지난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인 탄산리튬 가격은 1년 전 1㎏당 약 6500원에서 3만원대로 급등했다. 10월 전기료와 물류비까지 올라 자동차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차 1위 테슬라는 차량 가격을 올해에만 7번 연속 올렸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동차 가격 인상은 반도체,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국산차들은 연식변경을 포함한 신모델 출시를 통해 자동차 가격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물류대란에다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계절적으로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완성차업계에는 그야말로 ‘한파’가 몰아치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