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치색 총파업에 경제계는 시름
경제계, 정치권 우려에도 민노총 20일 총파업 강행
기간산업 국유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재벌개혁 등 목적
경총 “정치적 요구 앞세워 파업 목적 될 수 없다” 지적
2022-10-20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정치색을 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경제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20일 오후 서울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투쟁 대회를 강행했다. 서울에선 이날 오후 1시반경 기습적으로 서대문역 사거리에 집결하며 금세 도로를 점거했다.
민주노총은 앞서 이번 총파업에 조합원 110만명 중 약 55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8월부터 노조 간부들로 구성된 ‘대장정단’까지 꾸려 전국을 돌며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총파업 자제와 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구속 중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10·20 총파업은 끝내 저지되지 못했다.
이번 총파업을 두고 경제계 등에선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민주노총이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해 투쟁에 나선 거란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8일 “기간산업의 국유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재벌개혁 등 민노총이 내건 파업 명분은 파업 목적이 될 수 없는 정치적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렵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은 늘어가는 상황에서 민노총이 책임있는 사회주체로서 이념적 투쟁을 반복하는 구태를 버리고 경제회복에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속 국가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실직자가 된 자영업자만 24만명에 육박하고,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자일 정도로 고용 상황이 심각하다. 파산 기업 수는 5년 만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또한 재계에선 원자재 가격·인건비·물류비 상승 속 탄소저감과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제 등에 신경을 써야 하는 터라 노동계의 파업이 기업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 고위공무원과 학계, 법조계 전문가, 청년 등이 국내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뭉친 ‘일자리연대’는 지난 18일 “민노총 총파업의 핵심 요구사항은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 전면 개정, 정의로운 산업 전환과 일자리 국가 책임, 주택·의료·교육·돌봄 부문의 공공성 강화 등으로, 대부분 사업장 노사문제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겨냥한 정치 파업”이라며 “노동쟁의는 노조와 사용자 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이 불일치해서 발생하는 분쟁이기에, 민주노총이 핵심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벌이는 총파업은 결코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집회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거세다. 국민들이 지난 1년 8개월여 동안의 불편함을 감내한 끝에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집회 참여를 위해 서울에만 3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운집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명분으로 비정규직 철폐과 노동법 전면 개정, 코로나19 재난시기 해고금지 등 일자리 국가 보장 등을 내세웠다. 또한 전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총파업 대회를 보장하고 양경수 위원장을 석방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