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대출 너마저” 시중銀 속속 취급 중단
우리·하나·KB국민은행 취급 한시적 중단 당국, 적격대출 공급 규모 매년 축소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시중은행들이 정책금융상품 중 하나인 적격대출 취급을 줄여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적격대출 공급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하나·KB국민 등 시중은행들은 적격대출 취급을 한시 중단한 상태다. 보증 주체인 주택금융공사에서 받은 대출 한도 소진을 이유로 영업점에서 적격대출 판매를 막은 것이다.
적격대출은 정부가 은행들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 취급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상품이다. 시중은행이 주금공에서 대출 한도를 받아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3개월 후 주금공에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운영, 주금공은 대출채권으로 유동화증권(M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무주택자 또는 처분조건을 둔 1주택자로 주택가격 9억원 이하면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다른 정책상품에 비해 금리 수준은 높지만 소득 제한이 따로 없는 등 대출 조건이 덜 까다로워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 7월부터는 청년층과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들은 40년 만기로 가입할 수 있게 된데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정책금융상품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은행별 소진 속도는 더 빨라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금공으로부터 받은 '차주 연령대별 정책모기지 공급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적격대출은 4조561억원이 공급돼 지난해 전체 공급실적인 4조2874억원에 거의 육박했다. 이 가운데 1조9756억원(48.7%)가 30대에게 공급됐고, 40대가 1조1702억원(28.9%)을 받아갔다. 이어 50대 4606억원(11.4%), 20대 2454억원(6.1%), 60대 2043억원(5%) 순이다.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보증 주체인 주금공에 적격대출 한도를 새로 신청하지 않는 은행들도 있다. 적격대출을 포함하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대출상품 취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