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공모시장 '기관확약비율' 주목…높을수록 주가도 양호

3분기 누적공모액 14.5조 '역대급'...새내기주 옥석가리기 분주 전문가들 "기관 확약물량 공모주 청약 투자포인트로 삼아야"

2022-10-20     이광표 기자
4분기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하반기 공모시장 향배를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공모주들의 옥석가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코스피와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32개다. 이 가운데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엠씨넥스, PI첨단소재와 스팩주 5개를 제외하면 총 25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카카오뱅크와 현대중공업 등 7개 대어(大魚)급 기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포함되면서 공모 시장이 성황을 이뤘다. 다만 이같은 공모 열기에도 새내기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등 변동성도 확대되는 추세다. 20일 IR큐더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올 3분기까지의 누적 기업공개(IPO) 공모액은 14조51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IPO 공모 금액(3조5164억원)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3분기의 공모 금액 규모는 8조8958억원으로 지난 1분기(2조7497억원)와 2분기(2조8671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3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공모 금액 경신을 주도한 건 7개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이었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한컴라이프케어, 롯데렌탈, 아주스틸, 일진하이솔루스, 현대중공업 등 모두 공모희망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공모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트가 공모금액 4조3098억원으로 3분기 공모 금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현대중공업이 1조8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공모 규모가 즉각적인 공모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7개 기업 중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후 가격 제한폭까지 상승하는 것)에 성공한 기업은 아주스틸과 일진하이솔루스뿐이었다. 
공모 규모가 가장 컸던 크래프톤은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9.9% 낮은 44만8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후, 다음날엔 종가가 공모가 대비 18.27% 하락하기도 했다. 

반면 코스닥 상장 기업 중에선 경쟁률이 2000대 1 이상이었던 기업이 3곳, 1000대 1 이상이었던 기업이 9곳을 기록했다. 이 중 4개 기업(맥스트, 원티드랩, 플래티어, 와이엠텍)이 따상에 성공했다. 맥스트는 AR개발 플랫폼, 원티드랩은 채용 플랫폼, 플래티어는 이커머스 플랫폼 구축에 특화된 기업으로서 '플랫폼'이라는 트렌드가 공모 시장에서 주효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상장 후 공모가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 중인 기업들은 기관 확약비율이 높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었다. 3분기 상장 후 50%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 중인 6개 기업 중 현대중공업(기관 확약비율 1.2%)을 제외한 맥스트(89.0%), 카카오뱅크(59.8%), 원티드랩(43.5%), 플래티어(30.3%), 일진하이솔루스(83.7%)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8월까지 신규 상장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관 확약비율이 높을수록 평균 수익률이 높았다"며 "기관 확약비율이 높다는 건 해당 기업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지만 상장 후 유통 물량이 줄어 수급 부담을 덜 수 있단 점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관 확약물량을 공모주 청약의 투자 포인트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공모주=흥행'이란 공식 성립도 점점 줄어드는 중이다. 올 3분기까지 공모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총 27개였으나, 이 중 3분기에 해당하는 기업은 4개뿐이었다. 아예 희망밴드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도 2개(프롬바이오, 에스앤디) 발생했다. 10월 상장 예정인 중고차 매매플랫폼 기업 케이카도 양일간의 기관 수요예측 후 공모 희망밴드 하단보다 27.11%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유가증권시장 IPO에서 공모가가 희망밴드 미만을 기록한 건 올해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등 심의 자체가 엄격해지는 가운데 9월 기업공개 예정이던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과 리파인이 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구조적으로 IPO 성수기로 인식되는 올 하반기 들어서 IPO 시장 내의 신중론이 강화되고 있단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의 비즈니스모델, 낮은 유통가능주식비율 같은 수급 요인, 유통시장 내의 트렌드가 지난 IPO 시장의 핵심"이었다며 "상장 추진 중인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넷마블네오, 에스엠상선 등 대어급 IPO 대응에 있어서도 필수(고려 요인)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