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얼마 전 농협은행을 방문했을 때 예상치 못한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업무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농협을 방문하는데, 입구에서 보안을 담당하는 직원분께서 나를 보자 반갑게 인사하시며 작은 쪽지 한 장을 건넸다. 쪽지에는 ‘볼 때마다 기분 좋으신 분입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LX파이팅!!’라는 문구와 함께 나의 모습이 캐릭터로 그려져 있었다. 가끔 인사만 하는 사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신 그 보안담당자 덕분에 농협은행에 대한 전체 이미지까지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LX한국국토정보공사 홍보담당자로서 ‘아! 이게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지인들과 셀카를 찍고 SNS에 올릴 때도 내가 잘 나왔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유튜브를 볼 때도 트렌드보다는 나의 취향대로 영상을 구독한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기에 친구, 조직, 사회, 소비 등 어떠한 관계든지 나에 대한 관심이 높고 나에 대한 배려가 있을 때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사회, 국가, 조직, 가정도 결국에는 개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을 바라보는 메시지가 필요한 이유이다. 한 사람을 위한 것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리고 진심이 담긴 행동은 공감을 얻는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개인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많은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는 대중의 시대가 아니라 개인의 시대이다.
여성들에게 사회적 기회를 부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세탁기’는 아내의 생일 선물을 고민하던 윌리엄 블랙스톤(William Blackstone)에 의해 발명되었다. 19세기 영국의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도 아들이 딱딱한 자전거 바퀴로 인해 자주 다치는 것을 보고 공기타이어를 최초로 발명했다. 판타지 문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50년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제자 앨리스 리델(Alice Liddell)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펴낸 것이다. 인류 역사에 큰 획은 그은 발명품과 예술작품들도 결국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고 진심이 담긴 행동에 모두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최근 90년 대생이 사회적 주 소비층으로 대두되면서 90년대 생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책들과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자료들은 단순함, 솔직함, 병맛, 개인주의를 90년대 생의 특징으로 꼽고 있지만, 실제 90년대 생들은 그것에 공감하지 못한다. 90년대 생이라고 해서 다 같은 특성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도 결국 개인이고 각자의 취향과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90년 대생과의 공생과 발전을 원한다면 ‘이게 그들이야!’라고 단정 짓기 전에 ‘그들’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90년대 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유튜브 콘텐츠 워크맨과 와썹맨을 히트시킨 김학준 CP는 “보편적인 경험이야 말고 특별함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마케팅이 어느새 불특정 다수를 위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내 이름이 아닌 ‘소비자’라는 부름에는 이제 아무도 응하지 않는다. 소비자나 호객이 아닌 주체적인 나로서 현재의 소비자들은 현명하게 선택하고 소비한다. 이제는 대중이 아니라 개인에 집중해야 한다. 필요한 건 한 명을 위한 메시지이다.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것을 느낄 때, 단 한 명에게 진심을 보일 때 그것이 보편적인 공감이 된다. 숲이 아니라 나무를 보자. 나무를 보면 숲이 보이는 시대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