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질의는 뒷전…‘대장동 성토장’ 된 국토부 맹탕 국감
野 ‘대장동 특검 요구’ 피켓·마스크에 與 항의…줄줄이 파행·정회
고성·삿대질 오가던 국토위 국감…마지막 날에서야 민생문제 챙겨
2022-10-21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2022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문재인 정부 국정감사에서 마지막 날까지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특히 대장동 의혹과 관계없는 국감장에서조차 이와 관련한 문구가 적힌 피켓과 마스크 사용 문제를 놓고 충돌이 벌어지면서 곳곳에서 파행을 겪었다. 특히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집값 급등 등 민생현안과 관련된 질의보다는 정쟁에 치우친 모습을 보이며 파행을 거듭했다. 이에 국회 안팎에선 이번 국토위 국감이 본질을 잃어버렸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국토위 국정감사는 국토교통부·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새만금개발청을 피감기관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국정감사에 참석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증인선서를 하기도 전,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장동 특검 관련 피켓 논란으로 한 차례 정회되는 파행을 낳았다. 조응천 민주당 간사가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국감과 무관한 내용의 피켓은 철거하고 국감을 시작하자”고 요구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에 개회를 선언한 국토위 국감은 11시 30분경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여야 의원 모두가 집값 폭등·전월세난·주택공급 등 수많은 민생 현안 문제를 외면한 채 대장동 논란의 중심이 누구인지에만 초점을 맞춘 채 국감이 진행됐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 민생현안에 대해 언급했지만 대부분 대장동 관련 논란을 이야기한 뒤 짧은 시간 언급한 수준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한 지난 20일 경기도에 대한 국토위 국정감사에선 ‘양의 탈을 쓴 개’ 인형(양두구육)이 등장하면서 여야 간 고성으로 국감이 잠시 중단됐다. 이날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토위 오후 국감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개 인형에 양 가면을 씌워 책상 위에 두고 질의를 시작하려 했다. 그러자 국감 진행을 맡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감사반장)은 즉시 마이크를 끄고 양당 간사를 호출했다. 여당 간사인 김윤덕 의원은 위원장석으로 왔으나, 야당 간사면서 개 인형의 당사자인 송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고 항의했다.
조 의원은 “간사 간 합의로 회의장 내 국감 분위기를 방해할 수 있는 피켓이나 물건을 가져오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국감 진행을 요청했다. 여야 간 고성이 오가자 조 의원은 즉시 국감 정회를 선언했다. 국감이 잠시 중단된 후 양당 간사 협의 후 송 의원이 개 인형을 치우면서 국감이 재개될 수 있었다.
송 의원이 들고나온 개 인형은 앞서 지난 5일 국토위의 국토교통부 대상 국감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송 의원은 “대장동 개발은 공영개발을 빙자한 특혜, 즉 양의 탈을 쓰고 늑대의 탐욕스러운 본성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건이다”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민관 합동개발을 하겠다고 해놓고 사실상 민간이 사업을 주도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21일 진행된 국토위 종합 국감은 마지막 날임을 의식해서인지 전날까지 대장동 의혹 공방에 쏠렸던 것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20일간 지속한 '정쟁' 국감을 벗어나 그동안 미룬 부동산정책 등 정책질의에 집중했다. 이날 국토위 종합국감에서 이현승 위원장은 감사를 개시하며 피감기관인 국토교통부를 향해 “민생과 직결된 현안을 적극 자세로 해결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마지막 날에서야 민생문제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국토위 국감에서 시작 전 파행을 겪지 않고 원활하게 국감이 열린건 마지막 날이 사실상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