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8번째 낙타’가 필요한 사회

2021-10-25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김한규
농협

[매일일보] 세 아들을 둔 어느 노인이 17마리의 낙타를 물려주면서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첫째 아들에게는 낙타의 1/2을 주고, 둘째 아들에게는 1/3을, 셋째 아들에게는 1/9을 물려준다.”

세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에 무척 난감하였다. 17이라는 숫자는 2와 3, 9로도 나누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유산 배분 협상에 실패한 세 아들은 고민 끝에 마을의 지혜로운 노파를 찾아갔다. 노파는 잠시 생각하더니 색다른 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자네들이 원한다면 내 낙타 한 마리를 가지고 가도 되네.”

낙타 18마리를 갖게 된 형제들은 첫째가 1/2인 9마리, 둘째가 1/3인 6마리, 셋째가 1/9인 2마리를 나눠 가졌다. 그리고 남은 한 마리의 낙타를 노파에게 감사한 마음과 함께 되돌려주었다.
  
우리는 가정, 직장, 사회 속에서 다양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협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욕구를 충족시킨다. 모두가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고, 합의에 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사자 간 의견이 불일치하고,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서로가 상대방을 적이나 경쟁자로 생각하고 힘겨루기를 하면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된다.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은 파괴적 결과를 초래한다. 한 쪽만 지속적으로 이익을 보는 협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협상의 결과는 서로가 나눠 갖는 것이며 공유하는 것이다. 크기가 정해진 파이를 놓고 더 많이 차지하려는 게 아니라 파이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나도 이익이 되고 상대방도 이익이 되는 플러스 게임으로 만들어야 서로 윈-윈 할 수 있다. 지혜로운 노파가 제시한 배분 방법으로 세 아들은 모두 아버지의 유언보다 많은 낙타를 얻었다. 18번째 낙타와 같은 새로운 갈등 해결 방안으로 상반되는 이익은 조정하고 공통의 이익은 증진시켜야 한다.  

또한 18번째 낙타는 창의적 대안을 의미한다.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면 내부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다르게 보거나 외부로 시야를 넓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경영의 대가 톰 피터스는 조직 외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이용하는 '창의적 절도(Creative swiping)' 야말로 미래 초우량 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라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계층, 이념, 세대, 성별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소모적이고 첨예한 사회 갈등은 구성원 간 신뢰를 약화시키고 사회를 분열시켜 성장 동력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에 생각조차 못했던 새로운 과제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취약 계층의 고통은 가중되고,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기존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새로운 문제로 사회전체가 더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18번째 낙타’는 무엇일까? 먼저 협력적 문제해결을 추구해야 한다. 고집과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으로 찾아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사회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더 큰 이익을 위한 지혜와 안목이 절실하다.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김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