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출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분들이 많다. 주택담보대출이야 LTV(담보대출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로 규제를 하고 있었지만 느닷없이 가계부채를 억제한다면서 집단담보대출(중도금대출)과 전세대출을 막고 DSR규제에 전세대출도 포함시킬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많은 실수요자들은 출렁였다. 다행이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대통령 발언 이후 전세대출의 문이 다시 열렸고 전세대출을 DSR규제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했지만 놀란 실수요자들 가슴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세대출이 다시 재개되었지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10월 27일부터 전세 갱신계약의 전세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세금)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한다고 한다. 전세금이 4억원인 전셋집을 5%인상하여 전세갱신을 하게 되면 4억2000만원으로 증액하면 증액된 2000만원까지만 전세대출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신규전세대출은 종전과 같이 전세금의 80%까지 가능하다.
전세대출 신청시점도 변경된다. 기존에는 전세금 내고 입주 한 뒤에도 3개월 내에는 전세대출이 가능했지만 임대차계약서 상 잔금지급일까지만 전세대출이 가능하다. 또 1주택 보유자의 비대면 전세대출 신청도 막혀 이제는 은행창구에 가서 전세대출 신청을 해야 한다. 다른 대출에 비해 전세대출의 문은 열려있지만 예전보다는 조금씩 강화되고 있음을 실수요자들은 안다. 언제 대출이 막힐지 불안한 실수요자들은 대출받아 부동산 구입하지 말라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대출이 나올 때 미리 받아서 빨리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대출보다 전세대출규제는 더욱 신중하여야 한다. 전세는 금융적으로 거주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무이자대출을 받는 것과 같아서 전세대출로 인해 높아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민주거에 큰 영향을 주는 전세대출을 갑자기 손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급등한 집값의 높은 문턱 앞에 좌절하는 다수의 실수요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지는 못할 망정 대출규제로 불안감을 더 키워서는 안 된다. 또한 이미 계약하신 실 수요자들의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대출총량규제로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 등 비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도 강화되면서 계약을 한 후 잔금을 앞두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적어도 규제 전에 계약한 분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될 것이다.
가계부채는 당연히 관리되어야 하지만 일방적인 총량규제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대출총량규제로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당장 대출이 필요 없는 분들도 일단 최대한 받고 보자는 마음에서 대출을 당기고 있고, 대출상환능력이 됨에도 굳이 상환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1금융권 대출이 막힌 분들은 대출이자가 높은 2금융권이나 사 금융으로 눈을 돌리면서 오히려 가계부채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주택 수가 늘어나고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제규모가 커지면 가계부채 총액은 당연히 늘어난다. 총량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고 신용자 신용대출은 아이러니하게 가장 안전한 대출상품이다.
정부당국은 지금 당장의 가계대출의 명목수치 총량억제만 하기보다 대출연체나 미상환 등 대출부실화를 관리하고, 향후 금리인상, 테이퍼링(유동성 회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발생할 수 있는 주택시장 경착륙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