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값 인상, 대형마트들이 막았다
유(乳)업계 “기업에 큰 부담…시기 봐서 가격 인상할 것”
2014-08-11 김형석 기자
[매일일보 김형석 기자] 서울우유협동조합·매일유업 등 유업계는 ‘원유(原乳)가격 연동제’에 따른 8월 원유값 인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던 우유제품 가격 인상계획을 돌연 보류했다. 농협 하나로마트를 시작으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우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유업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우유생산비와 소비자 물가상승 변동률을 반영해 ‘원유(原乳)가격 연동제’를 실시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이달부터 원유 기본가격이 12.7%(106원) 인상돼 우유제품 인상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차질없이 인상계획을 준비해 왔다.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9일부터 리터당 우유 가격을 2300원에서 2550원으로 250원(10.9%) 인상할 계획이었다.매일유업은 서울우유보다 하루 빠른 8일부터 자사에서 생산하는 흰우유를 리터당 250원(10.6%) 올리는 것을 비롯해 다른 유제품 가격을 9.0% 인상한다고 밝혔다. 동원F&B·남양유업 등도 8월 중에 우윳값 인상계획을 세웠다.하지만 8일부터 인상 가격으로 우유를 판매할 계획이던 매일유업은 하나로마트가 인상 판매를 수용하지 않자 인상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곧이어 서울우유도 9일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하나로마트에 이어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최저가 정책 유지를 위해 매일유업의 모든 우유와 유제품을 기존 가격으로 동결했다. 홈플러스도 8일 하루 인상했던 제품 가격을 환원시키겠다고 밝혔다.업계 관계자들는 대형마트들의 가격 동결 결정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장기화된 경기불황과 의무휴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결국 우유가격 동결까지 이끈 원인으로 보고 있다.매년 5~9% 이상 매출이 증가했던 대형마트들의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까지 역신장세를 면치 못했다.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소비자 반응·정부 물가잡기 압력 등 다양한 악재가 우유값 동결에 영향을 줬다”면서도 “장기불황과 의무휴업 등으로 매출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가격 인상이 매우 민감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대형마트의 가격동결로 인해 유업계가 가격 인상을 보류하고 있지만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가격 인상을 유보했지만 업체별로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시기를 봐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우유 매출을 발표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이 기간 우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4%, 0.6% 증가했다. 반면 롯데마트는 흰우유, 가공우유, 요구르트 매출이 각각 8.6%, 15.9%, 4.3%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