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금융계열사가 금융지주사 보다 유리’
“금융계열사, 투명한 경영관리와 빠른 의사결정 가능해”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지난 9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 계도 기간이 종료되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설명의무를 이행해도 손실이 나면 책임소재가 돌아오니 투자상품 판매를 아예 접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모펀드 사태로 사실상 투자상품 판매가 중단된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책임이 증대되며, 사전규제 및 사후구제 실효성이 강화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을 제공하고 금융회사의 소 제기를 통한 분쟁조정제도 무력화를 방지하는 역할이다. 또 금융분쟁조정 소송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감소시키며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규제 및 제재수준을 강화한다. 사실상 판매 프로세스와 운용 역량 강화로 책임 있는 운용과 판매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대형은행들을 필두로 한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을 근거로 금융감독위원회 사전인가를 받아 설립된다. 자회사의 경영관리 및 그에 부수하는 업무만 수행하는 순수지주회사만 허용되며, 영리 목적의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 자회사 지분을 일정비율(상장 30%, 비상장 50%) 이상 보유해야 하고, 비금융회사 주식 보유는 금지된다.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지배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보유하지만 지주회사 내 순환출자·상호출자 등은 금지된다. 따라서 그룹 의사결정은 중앙집권적이고, 명령전달 및 실행은 수직적이기 때문에 그룹 관리가 용이하다.
반면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배당이 주요 수익원으로 수익증대를 위해 자회사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해 수익구조 다각화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의 경영진은 금융지주회사에서 부여 받은 목표 달성여부로 평가 받게 되고, 부진할 경우 교체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운용사는 상품 기획 및 제작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무리하게 시장 평균보수 수준과 다른 상품을 만들 수도 있고, 상품의 설계·운용에 금융지주회사(혹은 판매사)가 관여한 OEM펀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례는 지속되어 왔다.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은 NH농협은행이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에 OEM펀드를 주문한 후 사모펀드로 쪼개 판매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는 해외금리연계 DLF 투자손실에 대해 본점의 과도한 영업전략 및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며 40~80% 배상 결정을 내렸다. 올해 2월에는 라임펀드 투자자 3명의 손실에 대해 우리은행 55%, 기업은행 50%의 기본배상비율을 책정했다.
따라서 오히려 금융지주사가 없는 금융계열사 구조가 더 경쟁력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는 계열사 간 관여가 어려워 각 계열사들의 투명한 경영관리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또 운용사는 상품의 경쟁력을, 판매사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책임 운용 및 판매로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이슈에서 자유로웠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