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녀 신혼부부·생애최초 1인 가구, 특공 30% 소득 안 따지고 추첨

국토부, 시대흐름에 발 맞춰 청약제도 개편 약 1만 8000가구가 추첨제로 공급될 전망

2022-10-31     성동규 기자
서울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청약 사각지대에 놓였던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월 소득 965만원 넘는 맞벌이 부부에게도 주택 청약 당첨의 기회가 열린다. 정부가 민영주택의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 중 30%를 소득 요건을 안 보는 추첨제로 공급하기로 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26일 열린 청년 특별대책 당정협의회의 후속 조치로 현행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제도를 일부 개편하기로 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 11월 입주자 모집단지부터 새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특별공급에서 청약 기회가 제한된 청년층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생애최초 특공은 혼인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가구로 자격을 한정하다 보니 1인 가구는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최근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 자체가 늦어지면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 인구총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인 가구는 664만3354가구로 전체(2092만6710가구)의 31.7%에 달했다.  나이별로 보면 20대가 126만6911가구로 전체 1인 가구의 19.1%를 차지해 가장 비율이 높다. 30대 111만5518가구(16.8%), 60대 103만8985가구(15.6%), 50대 103만9495가구(15.6%), 40대 90만3816가구(13.6%) 등이 뒤를 이었다.  결혼한다고 해도 청약은 만만치 않다. 신혼부부 특공은 자녀가 많은 순서대로 공급하다 보니 무자녀 신혼부부는 사실상 당첨 가능성이 없다. 2019년 기준 결혼 5년차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부부는 18.3%로 관련 통계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난임 등 불가피한 요인과 더불어 자의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이 늘어난 영향으로 제도가 다변화된 가족 구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높은 실수요자부터 구제한다는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청약에서 소외된 실수요자들이 기존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지난해부터 집값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도 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청약제도 개선은 1인 가구와 맞벌이로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신혼부부 가구에 특공 청약 기회를 부여하고 무자녀 신혼의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장기간 무주택인 40·50세대가 유리한 일반공급(가점제) 비중은 현행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의 70%를 배정했던 우선공급(소득기준 130%이하)은 50%로 일반공급(소득기준 160% 이하)은 30%에서 20%로 각각 줄여 물량을 확보한다. 
 
기존 대기 수요자의 청약 기회는 일부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와 같은 지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청약제도는 저소득층·다자녀가구 등의 배려 차원에서 국민주택(공공분양)을 제외한 민영주택(민간분양)에만 적용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민영주택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은 약 6만 가구로 30%를 적용해 물량을 추산하면 1만8000가구가 추첨제로 공급될 전망이다.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의 30%는 전체 특공 물량의 9%를 차지하는 만큼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특공 추첨 대상에는 1인 가구와 현행 소득 기준인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60%(3인 가구 기준 965만원)를 초과하는 맞벌이 가구도 포함된다.  다만 현행 소득 기준(월평균 소득 160%)을 초과하는 자는 ‘부동산 가액 3억3100만원 이하’의 자산 기준을 적용해 ‘금수저 특공’을 제한하기로 했다. 자산 기준은 건축물가액(공시가격이나 시가표준액)과 토지가액(공시지가)을 합산해 산출한다. 전세 보증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생애최초 특공에 청약하는 1인 가구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주택에만 추첨을 신청할 수 있다. 내 집 마련 이후 출산을 계획하는 최근 세태를 반영해 신혼 특공 30% 추첨에는 자녀 수도 고려하지 않는다. 특공 추첨제 운용 방식은 기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대기 수요자 배려 차원에서 대기 수요자에게 70%를 우선 공급한 뒤 잔여 30%를 이번에 새로 편입된 대상자와 우선공급 탈락자를 한 번 더 추첨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