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은 서울시 재개발·재건축…제도개선 요구하는 건설업계

서울시, ‘오세훈표 신속통합기획’으로 주택공급 속도 건산연, 재건축·재개발 수주금액은 전년대비 32% 감소 복잡한 절차·각종 규제로 느린 진행속도…“제도개선 필요”

2022-11-02     나광국 기자
오세훈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공언한 주택 공급을 위해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 건축심의와 인허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건설사의 수주 실적은 반대된 행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진단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에 대한 주민 의견수렴이 늦어진 것과 사업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출혈경쟁을 피하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건설업계는 리모델링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앞으로 추진될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세훈표 신속통합기획’ 추진으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로 개발을 진행하고 공공이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특별분과위원회 신속 심의로 정비구역 지정기간을 종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선 건축·교통·환경 통합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재건축 단지에 대한 신속통합기획 확대를 위해 직접 설득에도 나섰다. 서울시는 최근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대치미도)과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들 단지는 서울 대표 재건축 단지로 ‘오세훈식’ 재건축을 받아들이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업계는 '오세훈표 재개발'도 올해 내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는 활기를 띠고 있지만 건설사의 수주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10월 건설·부동산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재건축·재개발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91.7% 감소했다. 재건축 수주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87.5% 감소했고 재개발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92.5% 줄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금액의 경우도 1~8월까지 기준으로 전년대비 32% 감소했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재개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1.2% 감소했고, 재건축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7.6% 줄었다. 정비업계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가 늦어진 것이 전반적인 건설사 수주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안전진단 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여러 규제 때문에 조합 주민들 간 의견수렴이 늦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정비사업은 △정비기본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조합원 분양 신청 △관리처분계획인가 △철거·착공 △일반분양 △조합해산 등의 단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통상 시공사 선정은 조합설립인가 후 사업시행인가 전 단계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과정이 복잡하고, 사업시행 변경과 같은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은 정부 규제와 복잡한 절차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찰경쟁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운영비 등 부수적인 지출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판단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에서 85개 단지, 6만4340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54개 단지, 4만551가구보다 단지 수는 31개, 가구수는 2만3789가구 늘어난 수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리모델링이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인식에 사업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업계의 규모가 커지는 분위기에 발맞춰 내년에도 주요 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시장 관심이 커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건설사들은 시장의 크기가 더 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싶지만 각종 규제에 사업 진행이 어렵다”며 “정부의 제대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