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동차·철강업계, 탄소중립 급발진에 ‘시름’
車산업생태계 와해, 일자리 급감 불가피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 시점 불투명
철강 친환경 전환에 71조770억원 소요
2022-11-03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정부의 급격한 탄소중립 목표치 상향으로 자동차와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 당사자인 기업 등과 충분한 논의도, 제대로된 지원책 마련도 없이 졸속으로 외부에 공표해서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종전 목표보다 14% 상향한 과감한 목표다. 문 대통령도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 과제”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바라보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은 ‘도전적 목표’라 쓰고 ‘현실성없는 목표’라 읽는다는 식의 부정 평가를 내놓고 있다. 탄소중립 비용 산정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지원책이 상당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자동차산업에선 노사가 한목소리로 ‘2030 NDC’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전국금속노조연맹 등 자동차 관련 단체들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2030년 친환경차 누적생산 능력은 차량과 부품개발 소요년수, 시설투자 등을 감안해 300만대 이내”라며 “450만대 이상의 보급 목표는 산업생태계 와해와 일자리 급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전기동력차 보급은 탄소감축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나 문제는 ‘속도’”라며 “사용자단체와 노조가 같은 목소리를 낸 것 자체가 사안의 심각성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무공해 보급을 통한 2030년 탄소감축안은 자동차 부품업체의 전환 속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부품기업의 친환경차 전환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투자여력이 부족하고 투자 후 매출 발생까지 장시간 소요돼 투자를 주저하는 업체들이 태반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품생산기업 중 82%가 매출이 100억원 미만이다. 더욱이 산업 현장에선 친환경차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수소차 확대를 위해선 충전인프라 구축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9월 기준으로 당초 계획인 180기 대비 63기 모자란 117기가 구축된 상태다. 특히 서울과 부산의 경우 충전소 1개당 약 600대를 감당할 정도로 충전소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철강 분야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학계 등에선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수소환원제철)을 바탕으로 짠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만드는 이 신기술을 상용화해 2050년까지 단계별로 기존 고로(용광로)를 대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철강업계 맏형격인 포스코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언제 상용화가 될지 미지수다.
천문학적인 비용 역시 큰 고민거리다. 산업연구원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탄소중립 감축수단별 비용 추정’에 따르면 2050년까지 철강부문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기업 비용 추산치는 71조770억원이다. 이중 수소환원제철 도입 비용은 약 67조원이었다. 해당 수치는 기술 검토가 힘든 비용을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업계에선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예비타당성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국책 연구개발(R&D)과 실증사업 추진, 세제 혜택 등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송부문에선 탄소저감을 위해 수입 전기차를 대규모로 들여오는 사태가 발생할까 두렵고, 철강 분야에선 급격한 감축목표를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