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시작…산업계, 원자재·공급난에 3중고
원달러 환율 수출가격엔 유리하지만 원가부담에 채산성 악화 우려
원자재 가격급등, 공급망 차질 겹쳐 수출전선에 빨간불
2022-11-04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이슈 속에 미국 테이퍼링까지 겹쳐 산업계는 3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각종 경제기관들의 경기 전망 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정책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 호황이 본격 마감될 신호가 켜져 산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지시간 3일 11월부터 매월 자산매입을 150억달러(국채 100억달러, 주택담보증권 50억달러)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에 악재로 분류돼 왔던 테이퍼링이 현실화된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화가 강세를 띨 것이 우선적으로 예측된다. 이는 국내 수출에는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달러화가 강세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 가격에는 경쟁력이 생긴다. 하지만 원자재 수입가격은 오르게 된다. 최근 원자재 가격의 국제적 상승추세와 맞물려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3분기 수출업황은 선박과 전기전자 등에서 수출물량이 크게 하락했으며 생산원가가 상승해 기계류와 선박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서 채산성이 감소했다. 국내 수출의 대들보인 반도체는 시장의 예측대로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이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설비 투자를 보류하면서 업황 하락에 대비하는 긴장국면이다.
FOMC는 다만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은 무관하다며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차질에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지금은 금리인상에 좋은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테이퍼링 이후 금리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라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거시적으로 테이퍼링은 아시아 신흥국 경기에 부정적이다.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들어 세계경제가 회복흐름을 보이는 속에 선진국 경제와 비교해 신흥국은 대체로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낮은 백신 접종률로 동절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국내 기업 진출이 많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을 중심으로 델타변이 확산과 방역조치에 따른 생산차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 전세계 반도체 생산의 7%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에서 확진자가 증가해 반도체 수급 차질이 심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 신흥국이 내수부진에 대응해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시도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재정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대신흥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또한 “원달러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원자재 수입단가도 동시에 상승하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자재를 수입하는 수출 제조기업들에게 부담이 배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물류비에 금리 상승까지 영업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원가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세제 지원 등 정책적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