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해운 담합 갈등…해운업계 경영 발목잡는 공정위
해운업계, 공정위 4년째 담합 결정지연에 내년 사업계획도 못세워
지난달 열린 국감서 공정위, 해수부와 이견 커 해운법 개정 중단
공정위 원칙 고수, 제재 강행 시 과징금 2조 달해 K-물류망 타격 예상
2022-11-04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공정위와 해양수산부 간의 해운담합 갈등이 길어지면서 해운업계 경영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운협회는 전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 조사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중소 선사들의 피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사기간이 3년을 넘어가면서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는 데다, 애당초 이윤추구도 아니고 합법 행위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통상 공정위 조사·발표 기간이 길어야 2~3년 정도인데 벌써 4년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경영에 있어 불확실성은 가장 큰 위험요소인데 공정위 발표 지연으로 중소 선사들이 운항이나 선박 발주 등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크게 늘어나는 세계 물동량을 붙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박을 발주를 해야 하는데 선뜻 나서지도 못해 화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 제공도 어려워진다”면서 “올해 초 신조 가격도 3배 이상 오르는 바람에 내년 수출입 화물 수송에 지장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앞서 2018년 8월 목재합판유통협회는 국내 해운사들의 동남아 항로 운임 가격 담합이 의심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유가 급등에 따라 선사들이 긴급비용보전할증료(ECRS)를 부과한 게 발단이었다. 올해 5월 공정위는 국적선사 12곳, 외국적선사 11곳 등 23개 선사에 심사보고서를 통보했다. 심사보고서상 과징금은 총 8000억원 규모다.
국내 해운사들이 가장 반박하는 대목은 공정위가 15년간의 매출에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가 40년 동안 해양수산부의 감독을 받으며 공동행위를 해왔는데, 15년간 매출의 10%라는 금액은 최근 몇 년간 해당 노선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토해내라는 말과 같다”고 푸념했다.
한국해운협회는 만약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다면 무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앞서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화주나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를 막는 것이 공정위가 담합을 제재하는 이유”라고 밝혔고, 해수부와 이견 대립이 큰 나머지 해운법 개정안 논의를 중단하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가 제재를 강행하면 중국, 일본 항로에서도 같은 잣대가 적용되고, 이렇게 되면 전체 과징금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국내 선사들이 파산하면서 해외 선사들의 ‘코리아 패싱’이 가속화돼 국내 물류망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