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광복절 축사’ 어떤 메시지 담나

日 역사왜곡·노골적 우경화 강력 비판할 듯
남북 관계 설정·후반기 국정 청사진 제시도

2014-08-13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8·15 광복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주목되고 있다. 광복절이 한·일간 과거·현재·미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날인만큼 박 대통령의 새로운 대일(對日) 관계 설정 향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광복절 전날인 14일에는 개성공단의 명운을 가를 남북 당국 간 7차 실무 회담이 예정돼 있어 이번 주 흐름에 따라 박근혜정부 전반기의 남북 관계에도 큰 방향이 판가름 될 것으로 보인다.관례적으로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기념하고 한·일 관계에 대한 평가 등의 메시지를 내놓는 자리다. 매년 전반기 국정운영을 돌아보고 후반기 국정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의미도 갖는다.특히 올해는 집권 1년차 광복절인 동시에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잇따른 망언과 역사왜곡, 노골적인 우경화 움직임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박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최근 일본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나치식 개헌’ 발언과 동아시아컵 축구대회 응원 논란과 관련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의 ‘민도(民度)’ 발언 등 몰상식한 언행으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최근에는 일본 내각부가 독도를 두고 벌인 국민여론조사에서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응답이 60.7%를 차지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정부에 도발적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양국 간 어떤 논의나 협력도 제대로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21세기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그럴 때 비로소 양국 간에 굳건한 신뢰가 쌓일 수 있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해 일본의 책임과 진정성 있는 자세변화를 촉구했다.나아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역사왜곡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이는 과거사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실용주의를 그대로 녹인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3·1절 기념사에 비해 한층 강경해진 대일 메시지였다.첫 순방지인 미국에 이어 일본을 두 번째 방문지로 선택한 역대 대통령들의 관례를 깨고 중국을 먼저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위안부 망언과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이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입장이다.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난 3·1절 기념사보다 한층 강경해진 대일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일본 정부가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관계가 구축돼야만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도 형성할 수 있다는 큰 틀은 가져가되 각론에서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솔직한 과거사 시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하반기 국정과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의 목표이자 기조인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경제 분야에서는 새로운 변화의 일환으로 누구나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받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할 전망이다.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 남북대화’, ‘도발과 타협이라는 악순환의 해소’, ‘북한의 변화를 통한 신뢰구축’, ‘북핵불용’ 등 기존의 대북 메시지가 그대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다만 광복절 전날인 14일 남북이 제7차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 여부를 논의키로 한 상황이어서 재발방지 보장과 관련한 북한의 태도에 따라 경축사에서의 대북 메시지는 다소 가감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