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올해 뉴타운·재건축 융자예산 벌써 '바닥'

대기 수요 예산의 5.6배…"수요예측 실패 탓"

2014-08-13     김태혁 기자

[매일일보 김태혁 기자] 서울시가 뉴타운·재건축 조합과 추진위원회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정비사업 융자 예산이 지난달 이미 고갈돼 조합과 추진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서울시가 서울시의회 장환진 도시계획관리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몫으로 확보된 정비사업 융자 예산 95억8300만원이 이미 18곳 조합·추진위에 모두 배당됐다.그런데도 총 59곳 조합·추진위에서 544억2천400만원의 융자금을 신청해 대기수요는 예산의 5.6배를 넘었다.지난 3년간(2010~2012년) 평균 융자 예산 집행률이 13.3%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올해 융자금이 이처럼 조기에 소진된 건 다음 두 가지 요인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첫 번째로 서울시가 최근 3년간 융자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점을 고려해 올해 예산을 지난해 예산(251억500만원)의 38% 수준인 95억8천300만원으로 대폭 줄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집행 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대출 금리는 5.8%에서 4.5%로, 담보대출 금리는 4.3%에서 3.0%로 낮춘 조치도 수요 급증을 부추긴 원인으로 지적됐다.두 번째로 부동산 침체 장기화 탓에 정비업체와 건설사가 과거처럼 운영자금을 경쟁적으로 대출해주지 않은 탓에 조합과 추진위가 서울시 융자예산으로 발길을 돌린 점이 꼽혔다.장 위원장은 "지난 연말부터 금리 인하를 해 융자 수요가 늘고 건설업계가 자금난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시가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꼬집었다.이런 가운데 다수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긴급 융자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 8구역 조합, 용산구 한남1뉴타운 조합, 강동구와 동대문구 추진위 등 5곳은 사업 중단 위기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시 주택정책실은 내년 정비사업 융자예산을 올해보다 3.5배 많은 350억원을 예산과에 신청했지만, 올해는 추가 예산 확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위원장은 "시는 정비사업이 중단된 곳을 지원하듯 정비사업을 잘해보겠다고 하는 곳도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한다"며 "융자 신청 준비를 마친 13곳(126억원 신청)에 대해서는 예비비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