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시장에 또다시 고개드는 ‘전세종말론’…세입자들 ‘불안’
서울 임대차 시장서 전세 비중 줄고 월세 거래 증가
저소득층일수록 전세 → 월세 전환 가파른 것으로 나타나
선진국 정책 참고해 정부서 월세 난민 지원해야
2022-11-11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전세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전세의 월세화’를 넘어서 ‘전세 종말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내년 전세대출이 대출 총량 관리에 포함됨에 따라 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건수는 9만4089건이다. 이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월세, 준월세, 준전세 포함)의 비율은 35.42%(3만3328건)였다.
올해 하반기(7~11월) 이 비율은 37.86%(5만5873건 중 2만1153건)라는 점을 고려하면 2.44%포인트 늘었다. 12월 거래량을 포함해야 온전하게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월세 거래 증가 현상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북구 11.92%(26% → 37.92%), 중구 9.3%(40.95% → 50.25%), 중랑구 9.12%(31.91% → 41.03%), 은평구 8.83%(30.69% → 39.52%)등 대체로 저가 전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월세 거래 비중이 많이 늘었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월세 비율이 더 많이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난 건 한두 해 된 문제가 아니다.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소득 하위 40% 이하 수도권 저소득층의 월세 비율은 2014년(3.2%)에서 2019년(7.4%)까지 4.2%포인트 올랐다.
중간 소득층(상위 50%부터~20% 이하)은 같은 기간 0.4%포인트, 고소득층(상위 20% 이상)은 0.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4%를 넘어선 데다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관행이 정착돼 가면서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을 분할상환하면 세입자가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전세대출액 1억 원을 연이율 3% 조건으로 2년 동안 빌렸다면, 기존 일시상환의 경우 매월 25만 원의 이자만 부담하고 전세 만기 때 1억 원을 상환하면 됐다.
하지만 분할상환의 경우 원금의 5%인 500만 원을 2년간 나눠 갚아야 해 매월 20만8000원을 더한 약 46만 원을 은행에 내야 한다. 전세에 거주하고 있다고 해도 사실상 월세에 거주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셈이다.
더욱이 내년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 전셋값이 급격하게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전세대출도 포함될 예정이어서 저소득층에서 상승한 보증금을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월세 시대의 도래를 막을 수 없다면 정부가 세입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영국 런던에선 2016년 월 임대료가 소득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중산층용 ‘런던 리빙 렌트’가 도입됐다”면서 “저렴한 임대로 장기간 거주하면서 그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 보조를 받는 비영리단체가 런던 평균의 3분의 2 수준의 낮은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라며 “이밖에도 외국의 월세 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우리가 도입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가격 안정을 짚었다. 임 교수는 “이미 오른 월세를 강제로 낮출 방법은 없다”며 “좋은 임대인 프로그램과 연결된 임대면허제와 함께 장기 임대의 경우 재산세 면제, 주택대출이자 소득공제 등 유인책을 통해 현재의 임대료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