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高, 선발 특혜로 서열화 폐해만 낳아

교육부 "고교교육, 학생 진로와 연계해 수평적으로 다양화할 것”

2013-08-13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시안)은 이명박정부 ‘고교다양화 정책’의 산물인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자율형공립고(이하 자공고) 등이 각 학교의 특성화된 교육목적을 달성하기보다 우수학생을 선점함으로써 학교를 서열화하는 결과만 낳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고교다양화 정책의 핵심학교로 2009년에 도입된 자사고의 경우, 수업료를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고 학생선발과 교과운영 등에서 자율권을 상당 폭 인정받아 특목고 아래, 일반고 위에 있는 또 하나의 특권학교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번 정책을 “학교간 수직 서열화를 막고 학생 진로와 연계해 고교 교육을 수평적으로 다양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실제로 자사고의 성적우수 학생 선점을 차단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서울 등 평준화 지역 자사고 39곳에 대해 2015학년도부터 성적제한을 폐지하도록 함에 따라 서울지역 자사고 24개는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50% 학생만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던데서 성적 제한 없이 누구나 지원, 추첨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일반 공립고 가운데 자율형 사립고 수준으로 자율성을 확대한 고등학교로 특성화된 교육과정 및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자율형 공립고의 경우, 지역정치인의 입김에 따라 예산을 몰아주는 사업으로 변질되면서 열악한 일반고 위에 또 하나의 서열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16개나 지정되었던 자공고는 5년간의 지정기간이 끝나는 2018년에 일반고로 일제히 전환해 자공고 제도 자체가 사라진다.

교육부는 특혜를 없애는 것과 함께 일반고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다. 내년부터 4년간 교육과정 개선 지원비로 학교당 5000만 원씩 일제히 지원하며, 이를 위해 연간 7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또 교육과정 필수 이수단위를 현행 116단위(1단위는 주당 1시간)에서 86단위로 축소하고 과목별 이수단위 증감범위를 현행 1단위에서 3단위로 확대한다.

다만 국어·영어·수학 등 기초교과 시간은 전체의 50%를 넘지 않고 예술·체육이나 생활·교양영역은 현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 국·영·수를 지나치게 늘리는 것은 막았다.

일반고에는 진로집중과정을 개설하고 일반고생이 특성화고로 전학갈 수 있는 길도 열어주는 등 진로교육이 강화된다. 또한 권역별로 과학·예술·체육 등 중점과정 학급을 편성하는 중점학교 운영을 확대한다.

일반고의 학급당 학생 수는 2017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25명으로 감축하고, 일반고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위한 학력증진프로그램도 강화된다.

한편 교육부의 이번 시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반고 자체 강화보다는 자율고나 특목고 무력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전 정부가 5년간 강력히 추진한 자사고 육성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다른 한편에서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최대한 빨리 제도를 수정·폐지하는 것이 옳다며, 고등학교에 대한 서열화 철폐가 최근 문제됐던 국제중학교 폐지로 이어져야한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