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 속출…은행 부실폭탄 터질라

'코로나發 상환유예 종료' 째깍째깍...중기·자영업대출 '뇌관' 10곳 중 4곳 한계기업...금리인상·경기악화도 차주 부담으로 

2022-11-14     이광표 기자
은행들이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은행들이 기업에 내준 대출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먹구름 낀 중소기업 경기 전망에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가계대출 길이 막힌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리스크가 적은 대기업보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에 대출 자금이 쏠리면서 향후 기업대출 관련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월별 기업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1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기록된 역대 10월 기준 증가액 중 사상 최대치이며, 지난 6월부터 전년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7조7000억원)과 비교해 증가액도 크게 확대됐다. 기업대출의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중소기업 대출이었다.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10월 중 8조원이 늘어나면서 잔액이 881조원에 달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그보다 작은 폭인 2조3000억원 증가하며 잔액이 178억3000억원 규모였다. 10월 기준 잔액으로 따지면 전체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3.1%에 달한다. 올해 들어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폭 차이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대기업 대출이 증가율이 3.8%에 그친 반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2배 이상인 9.5%에 달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자영업자 대상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8.6%나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은행의 대기업대출이 전년 말 대비 4조2000억원 증가하는 동안 개인사업자 대출은 30조6000억원 급증했다. 기업대출이 급증하는 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의 기업대출 태도가 완화되면서 대출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대출 성장이 향후 은행의 건전성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 4분기 중소기업 경기가 악화하고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기업대출에 대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 소매판매 등 내수 관련 지표는 반등 흐름을 보였지만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제조업의 재고 및 출하 비율을 나타내는 재고율은 113.2%로 전월대비 1.1%포인트 늘고 경제심리지수는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재고순환 지표, 경제심리지수 등이 감소해 전월대비 0.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7월 14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 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11월 업황 경기전망지수(SBHI)도 81.5로 10월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경기전망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더 많음을 의미하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한국은행이 11월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올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빚을 갚아야할 차주들의 대출상환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장기화되고 금융지원 조치가 만료되는 내년 3월 대출상환을 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대거 나타나면 금융권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영업이익으로 은행의 이자를 못 내는 한계기업은 10곳 중 4곳에 달한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41%로 전년(36.6%)보다 4.3%포인트 확대됐다.  금융당국이 지난 9월 종료 예정이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를 3월까지 연장하며 아직까지 부실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내년 3월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그간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실채권이 연체율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착시효과”라며 “금융지원 정책으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만기를 연장시키거나 상환이 유예되는 식으로 부실이 연체 지표에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3월에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상환 능력이 없는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연체가 발생하면서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