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자원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중국 전력난에 따른 원자재 공급난은 우리나라가 자원빈국이라는 사실을 재차 상기시켜준다. 그동안 중국의 굴뚝산업이 내뿜는 대기오염물질에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만과 의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중국이 환경문제에 집중하고 굴뚝산업을 단속하자 우리나라에 원자재 부족 문제가 생겼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친환경 선도 국가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내실은 부족했던 듯 보인다. 국가 산업에서 환경오염이 야기되는 부분을 기술혁신을 통해 줄여온 게 아니라 단지 해외 수입으로 떠밀고 있었던 것 같다. 개선이 이뤄진 분야도 있지만 못지않게 과제를 미루고 있었던 부분도 많았던 셈이다.
중국의 전력난은 석탄공급 부족에 의한 수급 불균형과 홍수로 인한 가동 차질, 이상기온현상, 고강도 탄소배출 억제 정책 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수급이 정상화되는 데도 복잡한 실타레가 풀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60년까지 화석연료 소비를 대폭 감축할 계획이다. 당연히 석탄 비중을 줄여나갈 뜻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의 전력수요는 전기 사용량이 많은 4차산업의 발전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금의 전력난이 앞으로도 재발할 위험은 상존한다는 얘기다.
이런 변수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책은 빈약하다. 원자재 긴급부족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서 급한 공급처를 찾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슈가 가라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원 안보에 무관심해지기 쉽다. 평소에는 중국이 안정적 공급을, 때로는 과잉공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원자재 분야에 선뜻 투자하기가 힘들다. 정부가 나서 자원 안보를 위해 힘써야 하지만 정책도 정권과 시류에 따라 반짝했다가 꺼지기 일쑤다.
MB정부 시절 민간이 자원 투자하고 정부가 금융 지원을 확대하면서 자원개발사업이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광물자원정책은 각종 이권이 개입한 비리로 매도됐고 그것이 자원안보에 소홀해지는 무관심도 만들었다. 정권에 휩쓸리지 말고 공공기관은 국가에 필요한 안보를 확립해야 하지만 경직된 공무원 조직사회에서 그런 창의성과 결기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중국이 전력사용을 억제한 데는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공장을 역내에서 퇴출시키고 전체 산업구조를 첨단분야 위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러한 중국 내 인위적 산업변화는 어느정도 예측돼 왔지만 현지 당국의 정치적 압력으로 불규칙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변화가 천천히 진행되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쉽다. 정책 변수가 많아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신흥 국가에 대한 수출, 수입 의존도를 늘리면서도 그에 따른 대책에는 소홀한 게 우리나라의 약점이다.
중국의 전력난이 일어난 최초 배경을 떠올려 보면 얼핏 우리나라가 운이 나빴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해 호주가 중국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원지 조사를 촉구하면서 중국이 호주와 각종 교역을 중단했고 호주로부터 양질의 석탄 수입도 차단했다. 실상 중국은 석탄 자급량이 90% 이상 높기 때문에 그것이 전력난의 주된 원인이 됐을 리 없지만 중국이 자원을 무기로 각종 알력을 행사하게 된 계기로 지목된다.
이런 자원 안보 문제는 미리 일어날 것을 예측하기 힘든 사건이지만 우리나라가 중국같은 자원부국에 휘둘리기 쉽다는 사실은 이전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된다. 그런 의존관계가 언제까지나 잠재적인 리스크로 남아 있지 않도록 근본적인 자원 안보 문제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