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침몰선 청자, 해남 진산리 청자요지서 만들어졌다
산이면 청자요지 발굴조사, 동일 청자 다량 출토 해저 유물 생산지 규명
2022-11-18 윤성수 기자
[매일일보 윤성수 기자] 해남군은 17일 사적 제310호 산이면 진산리 청자요지 발굴조사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해남 진산리 청자요지는 산이면 초송리 남쪽에서 진산리까지 장장 6㎞에 걸친 해안선을 따라 120여 곳의 가마터가 밀집해 있어 우리나라 최대 청자 생산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오래전에 낮은 야산이었기 때문에 삼림이 풍부했고, 바다와 인접해 있어 해남만을 통해 활발한 해상교통로가 형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83년 완도 어두리 앞바다에서 출토된 3만여점의 청자류가 이곳 생산품으로 밝혀져 청자의 생산지와 유통과정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했다.
해남군은 유적의 명확한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지난 8월부터 발굴조사를 진행, 청자와 도기를 대량 생산한 가마 3기와 폐기장 3기, 토취장(土取場 가마 또는 도자기 제작을 위해 흙을 채취하는 장소) 등을 확인하였다.
가마는 10m 내외의 소규모 토축요(土築窯 진흙으로 만든 가마)와 20m 내외의 중형 토축요가 발견되었다. 주변 폐기장은 모두 1m 이상 두터운 퇴적을 형성하고 있다. 폐기장에서는 청자와 흑자, 도기 등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가 확인되고 있어 오랜 기간 도자기를 생산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강진 사당리 유형의 양질청자와 고려 인종 장릉 출토 청자받침대와 유사한 도기 등이 새롭게 확인되었다.
또한 최근 주목되고 있는 군산 십이동파도(11세기), 완도 어두리(12세기), 태안 마도 1호선(13세기) 등 해저 출수 유물과 동일한 청자와 흑자, 도기 등이 다량으로 출토되어 해저 출수 유물의 생산지를 밝히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해남은 고려시대 강진, 부안보다도 더 많은 청자 가마가 운영되었던 최대 규모의 청자 생산지로 소박한 멋의 녹갈빛 그릇은 당시 고려에서 크게 유행했다.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300여 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며 서남해의 바닷길을 통해 각지의 소비지로 유통되었다.
1992년과 2017~2018년에 이뤄진 발굴조사로 수많은 가마터와 유물이 출토되었으며 해남 진산리 청자요지(국가 사적 제310호)와 해남 화원면 청자요지(전라남도 기념물 제220호) 등 가마터들이 문화재로 지정됐다.
또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983년부터 40여년간 완도와 군산, 태안, 진도, 영광 해역 등에서 해남청자 4만여점과 난파선 3척을 인양하는 등 발굴조사와 연구를 진행, 수중 발굴 15년만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군산 십이동파도선을 비롯한 인양선박과 난파선에서 출수된 해남청자 2,50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지난 2019년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발굴조사를 마무리한 화원면 청자요지에 이어 이번 진산리 발굴조사의 성과가 확인됨에 따라 해남군이 강진군, 부안군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한국의 고려청자요지’세계유산 등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남은 강진, 부안과 함께 고려시대 대표적인 청자 요장(窯場 도자기 굽는 곳)이 있는 곳으로, 최근 이들 지역에서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 학술적 기반을 다지는 발굴조사와 학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이번 발굴조사 성과가 고려청자 문화의 위상과 가치를 정립하고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해남 청자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학술조사를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