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컬린이 열풍
회사 SNS 계정으로 작품구입 문의가 밤낮으로 빗발친다. 필자가 연말 준비하고 있는 전시는 시작도 하기 전 작품이 완판됐고, 작품을 확인하지 않고도 주문 제작을 하려는 사전 대기 리스트까지도 곧 마감될 것 같다.
평소 미술에는 관심이 없었던 지인들도, 하루걸러 남편 혹은 아내의 관심사가 생겼다며 ‘이 작품이 살 만한 작품이냐’고 물어오고, 은행의 PB(프라이빗뱅커)나 투자금융사의 WM(자산관리) 조직에서는 자사 VVIP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해 미술품투자에 대한 파트너십을 요청해온다.
작품을 국내외에서 수급해야 하는 일에 더해 해외 온라인 옥션에 참여하느라 새벽까지 깨어 있어야하는 날이 적지 않다.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상상하지 못했던 열풍이다. 지자체나 호텔 등의 민간기업 주최로 처음 듣는 신생 아트페어가 생겨날 정도로 아트마켓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아트마켓이 이런 호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
앞서 세계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갤러리나 아트비즈니스회사의 컬렉터 입장에서의 만족도가 높은 아트컨설팅서비스를 살펴보면, 국내 갤러리들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비즈니스 마인드에 대한 체질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시장에선 사업자가 개인 고객의 아트 컬렉팅 및 컨설팅에 진정성 있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공간, 보유 예산, 컬렉팅 하고 싶은 취향 등을 모두 고려한 일대일 맞춤 서비스는 기본이고, 고객들이 소장한 작품을 카탈로그로 아카이빙하며 고객이 원할시 정기적인 컬렉팅 전시를 주최해 주기도 한다.
특히 고객에 대한 노출 및 네트워킹을 차단하는 우리 갤러리의 정서와는 반대로, 아트 컬렉터 사이의 네트워킹을 돕는 아트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워크샵, 살롱, 멤버쉽의 형태로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자국 고객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미술 시장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을 한정하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다지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고객 역시 심미안을 높이고 진정성 있게 예술을 이해하려는 ‘컬린이’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보 공유와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교류의 장에서 활동하면서 심미안을 갖춰야한다. 아트마켓은 너무나 광활한 분야이기에 단편적인 안목이나 자세로는 시장을 제대로 따라가기 힘든 게 현실이다. 미술품 투자에 있어 실패가 있기는 힘들지만 간혹 쓴맛을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