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권한 분산 본격화… 잘못하다 눈가리고 아웅될라

현재 LH서 수행하는 토지적성평가 업무 LX로 이관 LH 수행하던 24개 업무 폐지·이관 또는 축소 신호탄 ‘공공택지 독점 개발권’ 등 지자체 공기업과 나눠야

2022-11-18     성동규 기자
신도시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 이후 정부가 마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조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토지 관련 업무를 내년부터 한국국토정보공사(LX)로 이관하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부패를 예방하고 비대해진 기능을 정상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직원들의 투기 사태의 주요 원인은 LH에 쏠린 독점적 권한이 탓이 컸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LH는 직원들조차 다 알지 못할 정도로 사업 범위가 넓다 보니 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독점적 권한이 주어졌다. 공공택지 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독점개발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LH가 지자체 산하 공사 등에 개발기능을 위탁하는 식으로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시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LH가 개발 권력을 내놓지 않으면 직원들의 권한 남용과 일탈이 반복될 것”이라며 “특정 지역의 개발은 해당 지방 공기업 등에 업무를 이관하고 LH는 기본적으로 국가 단위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지자체 도시공사에서 개발을 추진하면 지역별 수요 맞춤형 개발이 가능하고 사업 속도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현재 지방 도시공사에서 확보하는 예산으로는 사업할 수 없는 점이다. 예산편성체계 재편도 병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5년 비대한 LH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기능조정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LH는 임대주택 등의 택지에 한해 공급을 허용하고 지자체와 민간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탄핵 되면서 LH 개혁은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당시 개혁이 완수됐다면 LH 땅 투기 사건 애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의 의견도 비슷했다. 김 실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 발표되는 주택정책들을 LH에서 모두 도맡아서 수행하다 보니 추진 중인 사업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 탓에 조직이 과도하게 비대해지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규모가 크지 않거나 지엽적인 사업들을 굳이 LH에서 담당할 이유가 없다”며 “지방 도시공사와 지자체에 업무를 분담할 수 있도록 기능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해야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