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사흘만 '올림픽 외교보이콧' 돌출

2022-11-19     조민교 기자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사흘 만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 문제로 다시 '외나무 다리' 위에 섰다. 올림픽 외교 보이콧이란 선수단만 파견하고, 개·폐회식에 정부 관계자 등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문화·체육 행사에 정부 관리를 파견하느냐는 문제를 넘어 양국이 중시하는 가치와 주권 문제가 얽힌 복잡한 이슈여서 이번 사안에 대한 두 나라의 대응은 정상회담 이후 양국관계의 변화 여부를 알려 줄 풍향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 검토 여부를 묻는 말에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검토는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관행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사안은 표면적으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라는 인류 화합의 축제 개·폐회식에 일국의 정부 관계자를 파견해 행사를 빛내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그러나 그 일국이 미국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서방 세계의 리더 격인 미국이 외교 보이콧을 결정할 경우 그것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 연쇄 외교 보이콧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미 유럽발로 외교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터에 미국이 보이콧을 최종 결정할 경우 내년 하반기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짓기 앞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구상에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중국으로서는 예민한 문제다.

이런 가운데, 미측이 외교 보이콧 검토의 사유로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관행을 거론함에 따라 양측의 타협 여지는 협소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민주당 전통의 인권 중시 외교 기조에 따른 것임을 밝힌 이상 우선 미국으로선 중국의 개선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퇴로를 찾기 어렵다. 중국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접경지역인 신장에 대한 서방의 인권 문제 제기를 내정 간섭이자 주권 침해로 간주해온 터라 신장 인권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결국 양국이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앞으로 양국이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되 윈윈할 수 있는 양자 및 다자 현안에서는 협력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케 할 시험대로 떠오른 양상이다.

양국간 경쟁 관계 속에서도 충돌은 피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은 협력할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첫 회담의 중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양국이 정상회담 직후 언론인 비자 제한을 완화하기로 합의한 것도 '협력가능한 이슈'를 찾은 것으로 해석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일단 ▲ 올림픽과 신장 문제의 연계 반대 ▲ 올림픽 정치화 반대 ▲ 선수 중심의 올림픽 강조 등으로 대응 기조를 세운 모습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장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고 규정한 뒤 "어떠한 외부세력도 어떠한 명목과 방식으로도 간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세계 각국 선수들의 무대고, 그들이 진정한 주인공"이라며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 각국 선수들의 이익에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 보이콧이 다른 서방 국가들의 관련 결정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외국 정상들의 참석 문제가 올림픽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절대적 요소로 간주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