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5.18 사죄 없이 전두환 사망

사망 당일 측근 "무조건 사죄하라는거냐" 격앙 청와대와 여권 "국가장, 조화, 조문 불가" 일축

2021-11-23     김정인 기자
지난
[매일일보 김정인 조민교 기자] 신군부 쿠데타로 대통령직에 오르고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했던 전두환씨가 23일 향년 90세로 사망했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군사반란으로 헌정을 유린하고 국민을 학살한 데 대해 사죄하지 않았다.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던 전씨는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시신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족은 '화장을 해서 가족장으로 휴전선 가까운 쪽에 안장을 했으면 한다'는 입장이다.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그냥 백골로 남아 있고 싶다"는 전씨 유언을 따르겠다는 취지다. 전씨는 내란죄 등의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청와대와 여권은 '국가장은 물론이고 조화도 조문도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보수야권도 조문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전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의 주역이자 5.18 광주 학살의 책임자로 처벌받았다. 하지만 유족을 통해 여러 차례 과오를 반성하고 민주화 안착과 북방외교 등에 공을 인정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전씨는 군사반란에 대해서도, 시민 학살에 대해서도 사죄하지 않았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역사에 사죄하지 않은 정치군인이었다. 그는 1995년 12월 2일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 검찰의 출두 통보에 반발해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길 성명'을 발표했으며, 사후 마지막 인터뷰(신동아 2016년 5월호)에서는 "사실 광주사태(광주민주화운동)하고 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또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냐"며 책임을 부인했다. 현재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재판이 진행 중인 것도 전씨가 어떤 인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7년 법원이 뇌물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2205억 원의 추징금 납부를 명령하자 "예금자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며 버티기로 일관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날도 전씨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전씨 자택 앞에서 브리핑 도중 '5.18 피해자 사죄' 관련 질의에 "그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월 몇일 몇시에 어디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누구한테 어떻게 집단발포명령을 했다는 것을 적시하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묻고, 거기에 대해서 사죄하라고 해야지, 무조건 사죄하라고 그러면 질문이 되는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발포명령이라는 거는 있지도 않았다는 게 재판 결과에서 다 나왔다"고 부인한 것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이날 5.18단체들은 "국가전복과 5.18학살 주범, 민간인 대학살 책임자 전두환이 사과 없이 사망했다"며 "전두환이 죽더라도 5.18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