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주도하는 건설노조 변화…워라벨·공정 중시
지난해 노조 조합원, 40·50대 조합원 수 55.8%로 과반
20·30대 조합원 비중은 2010년 대비 2.6%p, 6.5%p 감소
MZ세대 중심의 사무직 노조 등장…“기성노조 활동에 의문”
2022-11-23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노조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MZ세대(1980년대초~2000년초 출생) 노조 결성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보다 강경투쟁을 내세워 자신들의 고용안정과 정년 보장을 강조해온 기존의 기득권 노동조합과는 다르게 MZ세대의 노조는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소통·워라벨 등을 요구하면서 노사관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MZ세대가 바라보는 노사관계 인식조사’에 따르면, MZ세대 400명을 대상으로 한 해당 조사 결과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응답자의 34.6%가 ‘대립적’, 9%가 ‘매우 대립적’이라고 답해 총 43.6%가 대립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노사관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에 대해 묻자 ‘파업’이라는 답변이 응답자의 40.2%로 가장 높았다. 반면 긍정적인 단어인 ‘타협’(5.0%)과 ‘양보’(3.0%), ‘화합’(3.0%) 등은 그 비중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노동조합으로 인해 노사관계를 대립적으로 본 이유에 대해선 ‘대화와 타협 거부’(34.3%)와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28.0%)가 꼽혔다. 이어 △‘노동조합간 세력 경쟁’(11.3%) △‘근로시간면제자’(10.0%) △‘성과주의 임금체계 거부’(8.3%) △‘불법행위’(8.0%)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성노조에 대한 MZ세대의 부정적인 인식은 이들의 조합원 비중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의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조 조합원은 남성·40대·제조업 중심이다. 특히 40·50대 조합원 수는 55.8%로 과반이었고, 2010년 대비50대 조합원의 비중은 9.5%p 늘었다. 반면 20·30대 조합원의 비중은 각각 2.6%p, 6.5%p 줄었다. 이 같은 수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성세대만 남고 MZ세대는 노조를 외면함을 의미한다.
MZ노조라는 용어가 최근 업계에 등장했지만 정확한 용어는 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노조라고 봐야한다. 기존의 노조가 40~50대 제조업 노동자 중심이었다면 최근 MZ세대는 사무직을 중심으로 노조를 결성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고용노동부·통계청의 노조 조합원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65만7000명이던 사무 종사자 노조원은 지난해 86만5000명으로 약 31.6%(20만8000명)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 결성되고 있는 사무직 노동조합은 생산직 노동자가 주류를 형성하는 건설·제조업 분야라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MZ세대 중심의 건설기업 사무직 노조가 기성노조를 탈퇴한 일이 있었다. 쌍용건설과 GS건설의 노조는 각각 지난달 8일과 20일 건설기업노조에서 빠져나왔다. 2012년 건설기업 노조 창립부터 함께한 이후 약 9년 만이다. 이번 쌍용건설과 GS건설의 노조 탈퇴는 정부·국회의 건설 관련 정책과 법안을 두고 건설사 사무직 근로자 중심인 GS건설·쌍용건설 노조와 건설현장 근로자 중심인 건설노조·플랜트노조와의 견해차가 컸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MZ세대의 노조결성에 대해 손동희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MZ세대는 소통과 공정함 그리고 워라벨과 같은 근무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들은 기존 기성노조가 보여줬던 전통적인 방식의 노조활동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변화에 따라 기업의 형태와 고용의 방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며 “MZ세대 노조의 등장을 전환점으로 삼아 기업과 기성노조는 변화를 고민해야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