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탁전쟁’ 승부처 ‘가업승계‧유언대용’

상속증여신탁 규모 2조원 육박…점유율 경쟁 치열 “고소득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가 수익성 높아”

2022-11-24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금융권이 신탁 고객 유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승부수는 가업승계신탁과 유언대용신탁이다. 가업승계신탁과 유언대용 신탁을 찾는 고객은 고액 자산가일 때가 많다. 상대적으로 여타 재산신탁에 비해 수익성도 높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전업권 기준 상속증여신탁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만하더라도 1조5000억원으로 예상됐던 상속증여신탁 시장이 더 커진 이유는 광고 효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영증권에서는 상반기부터 '신탁드라마' CF를 통해 유튜브와 방송국에서 신탁 서비스를 알리고 있다. 노후 신탁 자산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도 계속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탁 수탁 규모 1위인 하나은행의 상속증여신탁(유언대용신탁 등) 규모는 올해 말 1조2000억~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전체 수탁고 중 60~7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전업권을 통틀어 금융권의 신탁 수탁고가 월등히 높은 이유도 하나은행 때문이다. 2위인 신영증권의 상속증여신탁 규모는 4000억원 가량이다. 전체 중 하나은행과 신영증권을 제외하면 나머지 1000억~4000억원을 시중은행들이 경쟁해 나눠갖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의 신탁 영업은 가업승계신탁, 유언대용신탁 등 상속증여신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속증여신탁을 맡기는 고객은 생전에 모은 큰 돈을 어떻게 갈등 없이 자식에게 넘길지 고민한다. 생전과 사후에 재산이 적임자에게 상속 또는 증여되길 바라는 니즈도 커지고 있다.  은행 별로 성장 활로 모색 방법도 다양하다. 하나은행은 코로나19로 안방 생활이 늘어난 추세에 맞춰 지난 8월 신탁 기반 통합 자산관리 플랫폼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공개했다. 플랫폼에는 지난 2011년부터 은행권 최초로 상속증여센터를 설립해 운영해왔던 노하우를 집약했다. 최근에는 상속 설계를 위한 법률 세무 전문가, 컨설턴트 등을 충원해 경쟁력을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8월 ‘KB위대한유산’을 출범했다. KB위대한유산은 종합자산관리와 세대 간 자산의 안정적 이전을 위한 통합 상속설계 브랜드다. 우리은행은 하반기에 신탁 신규 브랜드 '우리내리사랑 신탁서비스'를 론칭하며 신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리은행은 내년 성장 로드맵으로 상속증여신탁을 꼽으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9월 오픈한 신한 택스(TAX) 컨설팅센터를 통해 상속증여 등 생애주기 신탁 활성화를 위한 ‘신한라이프케어신탁’을 출시했다. 각 사들의 신탁 상품 명칭은 다르지만 기본 구조는 모두 비슷하다. 은행은 고객 재산을 수탁해 운용하고 수익을 지급한다. 상속증여신탁의 경우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통해 지급 방식과 조건을 결정한다. 운용 수익은 고객이 죽기 전 직접 수령하지만, 사후에는 지정한 사람이 얻게된다. 신탁 재산을 운용하기 위한 개별적인 계약도 맺는데 유언대용신탁에 모순될 경우 유언대용신탁을 우선한다. 이 과정에서 수탁자인 은행 입장에서는 고액자산가의 신탁 상품을 운용하는 게 이롭다. 규모면에서 크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고, 은행을 찾는 고령 자산가에게 접근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재산신탁 아이디어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점도 고액자산가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일례로 국민은행에서 출시했던 ‘펫신탁’의 경우 수탁규모가 5억원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고객 수와 맡긴 재산이 작다보니 수수료 수익을 내기 어려워 상징성만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상속증여신탁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은행들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며 “법률 계정으로 인해 상속증여신탁으로도 절세효과는 사라졌지만 갈등 없이 재산을 분배하려는 고객 니즈가 많아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