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막 내린 초저금리 시대, 취약계층 경제·금융 지원대책 강구를

2021-11-27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월 25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연 0.75%인 기준금리를 1.00%로 무려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유동성 확장정책에 따라 돈을 풀며 2020년 3월 1.25%에서 0.75%로 낮추는 ‘빅 컷’을 단행하여 사상 처음 0%대의 ‘초저금리 시대’를 연 이후 1년 8개월 동안 유지해온 0%대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시 1%대로 오른 것이다. 지난 8월 0.5%에서 0.75%로 인상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내년 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제로 금리’ 시대는 마감하고 이젠 유동성 긴축기조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로나19의 경제 불확실 요인들이 아직도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 유동성이 과도한 데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치솟는 물가를 잠재우려는 불가피한 대책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자산 가격의 거품으로 대표되는 금융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 연속 2%를 웃돌고 있는 터에 지난달에는 9년 만의 최고치인 3.2%로 올랐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 수요 증가 등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도 많다. 한국은행도 지난 11월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1%에서 2.3%로 올려잡았다. 2022년 전망치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했고, 2023년 전망치는 1.7%로 발표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는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이자 부담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출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인상돼 경제·금융 취약계층은 물론 고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자, 다중채무자 등 저소득 취약계층이 받을 타격은 불가피하고, 충격 또한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가계부채 충격이 심히 우려되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이자 부담은 저소득층에 더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잔액과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활용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연간이자 부담 규모 증가 폭을 계산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해 5조8,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 대출자 중 20~30대의 비중이 30%대에 이르고, 전체 대출자의 80%가 변동금리라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이렇듯 빚을 지게 된 가계와 중소기업·자영업자·저소득층 등의 경제·금융 취약계층에 암운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이자 부담을 가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에다 내년도의 한미 긴축의 속도 등을 고려한다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상단 기준으로 각각 6%와 5%대를 돌파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기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여기에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일찌감치 빚더미 위에 앉아 있는 경제·금융 현실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1월 25일 ‘기준금리인상·물가불안이 가계대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분석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금리가 기준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대출 금리를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기준금리 인상분 총 0.5%포인트에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변화 폭 예상치 1.3%포인트를 감안했을 때 올해 가계대출 금리는 총 1.03%포인트 오르고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17조5,000억 원, 가구당으로는 149만1,000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15일 발표한 국제금융협회(IIF)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주요 37개국 중 가장 높고,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르다고 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2%로 세계 37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 증가 폭에서도 6.0%포인트로 1위에 올랐다. 다른 나라보다 비율과 증가 속도가 현저히 높은 만큼 향후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의 이자 부담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가계 신용액(빚)은 1,844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렇듯 연분홍빛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저물면서 코로나19발(發) 유동성 파티에 도취해 있던 대출 시장에 냉기 어린 혹독한 겨울이 엄습하고 고통의 엄동설한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경제·금융 취약계층의 충격을 최소화를 위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을 유예하고, 과도한 예대마진의 폭리를 막고, 예측 가능한 ‘대출금리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금융 취약계층의 대출 지원대책 방안을 선제적으로 강구하여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더불어 금융 불안정과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나치게 서두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지체하지도 않는 시의적절한 경제·금융 정책 지혜를 모으고 내수 경기가 더 침체의 늪에 빠져들지 않도록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실제로 필요한 곳에 즉각 투입하는 ‘핀셋 지원’을 통해 경기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現,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