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등장에… WHO “입국 제한 과도” vs 파우치 “필요한 규제”
일본도 ‘오미크론’ 차단, 모든 외국인 입국 금지
남아공 대통령 “규제 정당하지 않아… 각국 조치 해제해야”
2022-11-29 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각국이 남아프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입국과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과 입국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맛시디소 모에티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 지역사무국장은 성명을 통해 “여행 제한은 코로나19 확산을 약간 낮추는 데는 제 역할을 할지도 모르지만 삶과 생계에 부담을 준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국제보건규약(IHR)에서는 만약 규제가 적용된다면 불필요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닌 과학을 기반으로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HR은 196개국이 승인한 국제법으로 국제적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는 질병이 발발했을 때 관리·대응 체계에서 각국이 갖춰야 할 권리와 책임을 규정한다.
모에티 국장은 “코로나19는 끊임없이 우리 분열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해결책을 위해 손잡을 때만이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WHO는 생명을 살리는 공중보건 정보를 과감하게 공유해 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세상을 보호해준 아프리카 국가들 편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미국 등의 입국 제한 조처가 필요한 규제라고 옹호했다. 파우치 소장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파력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 같은 경우 여행 제한이 유입을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대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이달 초 아프리카 남부의 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에서 보고된 뒤 28일까지 영국·독일·이탈리아·홍콩 등 최소 12개국으로 확산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 27일 남아공·보츠와나·에스와티니·짐바브웨·나미비아·레소토·모잠비크·말라위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한 여행자의 입국을 제한했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정부는 30일 오전 0시부터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입국 제한)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긴급 피난적 예방조치”라며 “30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다”고 말했다. 가족이 일본에 머물고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인 신규 입국은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 오미크론 발견으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주요국들은 남아공과 인근 국가에서 오는 항공편을 중단하거나 자국민 외 입국 금지, 격리 등의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각국의 기습 규제를 직격탄을 맞은 아프리카에서는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해당 규제가 정당하지 않다며, 남아공발 항공편 등을 차단한 각국에 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