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논란의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정말 중국을 목표로 한 방송일까?

한국외국어대학교 최용재

2022-11-29     김동환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매일일보]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 2021년 8월 6일부터 2021년 10월 22일까지 엠넷과 엔씨소프트가 주최한 글로벌 걸그룹 서바이벌 방송이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각각 33명, 총 99명의 연습생들이 참여, 12회의 방송을 거쳐 총 9명이 선발되어 ‘Kep1er’라는 그룹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러나 많은 여론들이 무사히 방송이 끝났다는 것에 안도했을 만큼 걸스플래닛은 시작 전부터 많은 논란을 앉고 시작했다. 중국과의 정치적 논란을 가졌던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 현재 우리나라의 반(혐)중 정서, 시진핑 주석의 권력 강화를 위한 정책인 2021년 중국의 연예계 정품운동, 과거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조작 사건 등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복합적으로 내재돼 있다.  많은 논란이 있었던 만큼 걸스플래닛을 보았던 시청자들이 오해할만한 내용들을 자세하게 담아 살펴본다. 

◆ 무엇이 프로그램 시작 전 논란이었는가?

1)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사건 엠넷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효자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시리즈’가 전 시즌에서 조작과 불법 청탁이 이루어져 무고한 참가자들이 데뷔조에 붙거나 떨어지는 사건은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로 ‘프로듀스 48’로 데뷔한 IZ*ONE은 남은 기간 동안 일부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고, ‘프로듀스 X 101’으로 데뷔한 X1은 소속사들의 협의 끝에 해체하게 되었다.  피해를 받은 참가자들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한다고 했을 때 대중들에게 엠넷에 대한 반감과 보이콧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걸스플래닛의 투표는 엠넷의 주관이 아닌 엔씨소프트의 K팝 플랫폼인 UNIVERSE에서 진행되고, 최종 투표 결과 데이터만 엠넷이 전달받아 사용되는 점이 프로듀스 시리즈와 차이가 났지만, 과연 이 프로그램은 엠넷의 조작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감이 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2) 일부 중국 참가자들의 정치적 논란 일부 중국 참가자들에게 정치적 논란이 있었다.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돕는다’, 즉 6.25 전쟁을 왜곡하는 의미를 가진 ‘항미원조(抗美援朝)’를 지지한 수루이치, 왕치우루, 왕야러, 천신웨이 참가자, 중국의 위구르 강제 노동을 지지하는 일명 ‘신장목화’ 논란을 가진 마위링, 쉬쯔인, 원저 참가자 등이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삼았다.  또한, ‘하나의 중국’ 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만, 홍콩 참가자들이 중국 참가자들과 함께 묶여 우려가 되었다.  걸스플래닛 제작발표회 당시 윤신혜 CP는 일부 참가자가 과거 SNS에 정치색을 드러낸 것과 관련 "우리는 탈정치적인 글로벌 문화 이벤트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도 정치, 인종차별적 발언을 금지한다. 우리 역시 문화나 K팝으로만 접근한다. 참가자 모두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한다"라고 해명을 했지만, 중국 참가자들의 정치적 논란은 프로그램이 종영될 때까지 여러 커뮤니티와 기사에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3) 중국 연예계 정품운동으로 인한 영향 일반적으로 한 그룹에 중국인 멤버가 있다면, 중국의 구매력 높은 팬들이 대량의 앨범을 사서 그 그룹의 수익을 높여준다. 하지만 올해부터 중국 공산당이 체제 기반을 다지고, 사회 안정을 명목으로 연예기 정품운동을 시작하였다. EXO 출신 가수 크리스 우가 강간 혐의와 아이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청춘유니 3의 유제품 무단 투기로 인한 체포와 통제를 시작하여 중국의 관영 매체와 연예인들이 “깨끗한 인터넷 문화 캠페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연예 사업 규제를 통해 연예인들의 탈세, 부 증대를 막고, 공산당 선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또한, 한한령을 넘어서 K-POP 아이돌의 웨이보 팬클럽 계정(방탄소년단, NCT, 블랙핑크 등)이 정지되었다. 따라서 일각에는 엠넷이 중국 참가자를 끌어들여 중국의 입지를 다지고자하였지만, 실패로 돌아가 굳이 중국 참가자를 모집했냐는 비판이 돌기도 하였다.

방송의 결과

그러나 방송의 결과 많은 대중매체와 연예 커뮤니티가 우려했던 ‘친중’의 엠넷은 발견되지 못했다. 1)  최종 데뷔조 결과 걸스플래닛의 투표는 한국 50%, 글로벌 지역 50%의 점수가 합산돼서 100% 글로벌 투표로 데뷔 멤버가 정해지게 되었다.  즉, 아무리 글로벌 투표 수가 많아도 한국 투표 수가 적으면 최종 점수는 낮게 측정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1인 1표를 받았던 12회 파이널 순위 결과,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한국인이 당선되었고, 정치적 논란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인기가 떨어졌던 중국인 참가자는 모두 탈락하게 되었다. 9위로 데뷔한 ‘션샤오팅’ 참가자의 경우 정치적 논란이 단 한 개도 없어 한국인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일부 중국인 참가자의 정치적 논란의 경우 사라지게 되었다. 2) 엠넷의 ‘악마의 편집’은 중국인에게? 엠넷은 특유의 ‘악마의 편집’으로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참가자들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경우를 많이 보여주었다. 걸스플래닛도 악마의 편집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악마의 편집 대부분이 중국인 참가자로 향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2가지의 큰 사건을 뽑아보자면, 1화에서 푸야닝 참가자가 이미 데뷔 경력이 있었던 최유진 참가자에게 ‘We go up! But you don’t.’라는 엄청난 독설을 날렸다. 이 장면 때문에 푸야닝 참가자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탈락 이후, 푸야닝 참가자는 이 발언이 제작진이 고의로 시킨 것이라고 해명을 하게 되었다. 또한, 7화에서 특정한 배경 상황 설명을 하지 않고, 중국어를 오역하여 차이빙 참가자의 독단적 태도를 매우 실랄하게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차이빙 참가자는 순위가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이외에도 수루이치 참가자나 량지아오 참가자 등 중국인 참가자를 향한 사소한 악마의 편집이 몇 개 더 있었다. 만약, 엠넷이 정말 중국을 목표로 방송을 했다면 악마의 편집은 한국인이나 일본인 참가자들에게 대부분 행했을 것이다.

◆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은 그저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것

걸스플래닛은 중국을 목표로 한 방송, 엠넷의 ‘친중’ 성격을 보여준 방송이 아닌, 그저 엠넷이 제작한 수많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 방송계를 크게 흔들었던 조작 사건으로 인해 프로듀스 시리즈를 제작하지 못하자, 이름만 바꾼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엠넷은 2019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소녀들을 모아 ‘유학소녀’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K-POP의 다국적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여기에 엠넷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다국적화를 위해 2018년 한국과 일본이 합작한 ‘프로듀스 48’을 제작하였고, 그 이후 한국, 일본에 중국을 추가한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 중국과 관련한 논란 보다는 오히려 한국인 참가자 홀대 논란, 휴닝바히에 참가자의 데뷔 적절성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많은 논란을 안고 시작한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은 끝이 났다. 엠넷은 앞으로 더욱 더 많은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이지만, 조작 논란, 중국과의 정치적 논란에서는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