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디지털세대와 건축현장

2022-11-30     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김서준(土美)
‘변화의 방향보다 변화의 속도’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말이다. 트랜드가 변화해가는 것은 당연한 시대사지만,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은 보다 빠르게 비대면 시대를 받아들였다. 최근에 새로 생겨난 산업, 직업 군중에 ‘라이프 스타일’ 관련 제품과 서비스는 그 단어조차 낯설다. 생활을 관찰해 보고서를 판매하거나, 아이디어가 좋은 생활용품을 발명해서 마케팅 비용은 한 푼들이지 않고 SNS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다양하고 개성 있는 생활을 제안 하는 등 일상의 변화를 관찰하고 예측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 우리의 일상은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접속자와 후원, 관계, 결집, 그룹핑, 수평, 동기부여 등의 의미를 점점 더 진화시키고 있다. 새해 보신각 타종행사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결혼식, 공연, 교육, 요리, 심지어 공부하는 모습과 출산 순간까지도 영상으로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이유는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고,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는 편의성과 기록성이다. 기존 방송에서 들을 수 없는 정보나 전문적인 분야의 다른 식견과 과거나 미래의 여러 순간을 능동적으로 찾고 공감한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의 한 부분으로 유튜브 방송이 차지하게 됐다. 기존의 방송매체, 영화관 등 정보와 문화의 전달체제를 확실히 뒤집은 듯하다. 이처럼 제작과 편집, 시청에 다양한 컨텐츠와 개인의 영역은 이제 국가를 넘어 초연결되고 있다. 건축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숙련공들은 각자 본인만의 노하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본인의 기술이 오랜 시간동안 쌓인 농익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건축이나 인테리어 콘텐츠를 담은 영상이 많아지면서 영상으로 작업과정을 접한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작업이 어렵지 않다’,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숙련공들의 작업을 무색하게 말해버리는 순간이 있다. 짧은 시간내에 명료한 메시지를 줘야 하는 영상의 조건은 편집과 요약이라는 기술을 사용함으로 단순히 시청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30분만에 벽돌 쌓기’, ‘세상쉬운 타일 바르기’, ‘단숨에 외벽마감’ 등 건축 시공에 관한 영상이 업로드 되고 있어서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현장의 작업이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장비만 마련된다면 언제든 셀프로 집이라도 짓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심지어 인테리어나 건축을 할 때 호구당하지 않는 법, 사기당하지 않는 법 등의 예방책들도 많이 보인다. 마감작업이 중요한 인테리어와 시공과정에 전문성이 필요한 건축 작업이 유튜브 영상처럼 초보자에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파왔던 작업자들은 유튜브가 시공작업을 너무 우습게 만들어버린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하루하루 치솟는 작업자들의 인건비는 진정 기술의 질과 비례하는지 의문이다. 디지털 세대의 사고방식은 ‘랭킹’과 ‘티어’를 아주 중요시 하는 세대라고 한다. 오프라인의 인맥, 로비 등 보이지 않는 재료를 인정하지 않고 랭킹과 공정함, 노력의 재료는 공정하게 본다는 것이다. 실제 내용과 실력이 공정하고 합리적인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디지털 세대의 ‘오리지널티’가 건축현장에서의 오래된 관습과 인건비를 뛰어넘는 순간이 곧 다가올지 귀추가 주목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