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약점 많은 한국, 경제안보 우려
미국 견제에 중국이 핵심 자원 수출규제…한국 공급망 타격
한국, 전략자원 다수 중국 의존도 높아 공급망 취약점 부각
2022-11-30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미·중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한국 산업이 피해를 입는 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 견제 당한 중국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중심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자원을 무기화하는 등 그 여파로 국내 산업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자원 공급망 취약 부문에 대한 집중 점검을 통해 경제안보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집중 견제로 중국은 기존 해외 중심 성장 정책에서 자국 내수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중국이 자국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원안보에 공을 들이고 해외 자원 유출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현재의 원자재 수급난이 벌어진 것이다.
이미 공급망 피해가 심각한 요소수 외에도 리튬, 마그네슘, 실리콘 등 다양한 금속자원 수급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알루미늄업계 역시 중국발 알루미늄 가격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알루미늄은 국가산업의 기초소재로 철강에 비해 경량성, 가공성이 높아 친환경성 소재로 많이 쓰인다. 중국은 알루미늄 생산량과 수요가 가장 많은 국가이다. 그런 중국의 전력난 등으로 알루미늄 생산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알루미늄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중국은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고, 이에 대응해 유럽과 러시아 등에서도 수출을 제한하며 자원안보 전쟁이 비화되는 양상이다.
반도체 원재료 영역도 자원안보에 취약점을 드러낸다. 한 반도체 패키징 기업은 주요 원재료가 되는 인쇄회로기판(PCB)에 필요한 산화동(구리) 등의 가격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산화동 가격은 작년 9월 기준 월평균 6696달러 수준에서 공급망 병목으로 지난달 19일 1만652달러까지 치솟았다. 전세계 구리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급 정책으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심한 형편이다. 반도체 소재는 물론 이차전지용 소재로도 사용되는 니켈 역시 중국이 주요 생산국가로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강업종의 기초공정에 사용되는 원료탄 가격도 중국의 석탄 수급 정책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했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이 호주와 무역갈등을 겪으면서 호주산 석탄 수입이 줄었고 중국 내 화력발전소들이 전력부족 사태를 겪으며 석탄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철강업의 원가상승 요인은 조선,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수익성 부담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석탄으로부터 추출한 각종 원료로 다양한 화학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요소수 사태는 세계 1위 요소 수출국인 중국이 석탄 추출요소와 요소비료 등의 자국내 수급안정을 위해 수출을 걸어잠근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과 진영화하고 이에 대응해 중국이 자국 중심 성장 정책을 강화하면서 핵심 자원의 수출 규제에 나서 한국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