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美, 對中 공급망 재편 강화…한국, 편가르기 압박 우려
미국, 중국의 무역합의 이행 수준에 불만…내년 공급망 재편 본격화
중국, 보호무역 강화 전망…한국 자원 공급망 병목 등 대책 필요
2022-11-30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미국이 중국의 무역합의 이행 수준에 불만을 품고 내년 중국을 적대시하는 견제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중국도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간접적 피해가 심화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내년 공급망 재편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배터리, 전략 광물 및 의약품을 비롯해 국방, 공중보건, 정보통신 분야 등에 대한 공급망 검토 작업을 관계 당국에 지시해 이미 1차 보고가 이뤄졌다. 2차 보고는 내년 2월말까지 기한이 정해져 있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공급망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자국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 동맹 국가에 대한 외교・안보・경제 정책 등에 변화를 줄 예정이며, 공급망 보강을 위한 국제 무역 규칙 등에도 수정 작업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미중 대결의 제3 국가는 양국 갈등의 진영화에 얽매일 우려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국 시장 모두 중요한 수요시장인 만큼 중립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양국으로부터 양자택일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비동맹 무역 국가에 대한 직·간접적 불이익이 가해질 것이 잠재적 불안요소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반도체, 자동차, 정유,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섬유, 가전, 바이오헬스 등 10개 수출 주력 업종 협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전망에 따르면 주요 업종 협회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수출기업의 현안으로 부상한 원자재 수급 불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및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2022년 상황도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원자재 수급의 경우 올해보다 약간 악화(응답률 60.0%)되거나 매우 악화(10.0%)될 것으로 보았으며, 약간이라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 업계는 한 군데도 없었다. 미중 무역 갈등 역시 약간 악화(70.0%)될 것으로 전망하는 업계가 가장 많았다.
미중 무역갈등과 연결되는 보호주의 무역정책의 피해사례는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점유율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각각 2.0%, 0.7%를 기록해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점유율 감소 원인은 중국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 정책으로 전반적인 내연기관차 판매가 침체됐다. 특히 중국이 자국 산업경기를 살리기 위해 로컬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연장, 규제적용 유예, 세금감면 등 강력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이같은 자국산업 중심 정책은 미국의 집중 견제로 인해 중국이 해외 중심 성장 정책을 내수 중심으로 바꾼 데서 비롯됐다.
중국발 원자재 수급난 역시 이러한 미중 대립구도 속에 장기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취약성은 주요국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대중국 수입 품목 중 전략적 취약성이 관측된 품목은 총 1088개나 되며 이 중 604개가 중간재에 해당했다. 한국의 대중국 관심 품목은 과거 2007년 965개였으나 2020년 1088개로 소폭 증가, 취약 품목은 657개에서 653개로 소폭 감소, 대상을 중간재로 한정할 경우 관심 품목은 488개에서 604개, 취약 품목은 333개에서 366개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21.4%로 한국 대비 조금 낮은 수준이지만 관심 품목과 취약 품목은 각각 575개, 281개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한국보다 높은 32.8%이지만 관심 품목과 취약 품목 수는 각각 1048개, 598개로 한국보다 그 수가 적으며 특히 중간재 분야에서 한국보다 취약성이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기업의 회복탄력성, 공급망의 해외 노출 정도, 수요의 해외 노출 정도 등 다양한 차원을 고려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고려할 수 있으며 취약성이 높고 국내 파급 효과가 큰 산업,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일수록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요소의 국내 생산이나 수입 다변화 등 자원안보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이 요구된다”면서 “중국 석탄 가격 상승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처가 늦었다는 점은 국내 자원 안보시스템에 보완할 점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