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22% 재무상태 ‘고위험’

대출액만 2조원...시중은행 건전성에 타격줄 듯

2013-08-1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국내 매출액 상위 해운사 100곳 가운데 22개사가 ‘고위험’ 상태인 것으로 평가됐다.

19일 예금보험공사가 매출액 상위 100대 해운사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STX팬오션과 동건해운 등 22곳은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영업이익률, 유동부채, 차입금 의존도, 현금성 자산비중, 영업현금 흐름 등 8가지 지표 중 4개 이상이 2008년 이후 부실화한 해운사들의 평균치를 넘어서는 ‘고위험’ 상태로 분류됐다.

고위험 상태로 분류된 기업의 경우 기업회생을 신청하거나 폐업한 해운사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2008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11개 해운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2008년 7개사, 2009년 24개사, 2010년 10개사 등 41개사가 기업회생 절차 없이 폐업했다.

문제는 이들 해운사의 대출액만 2조원에 달해 부실이 현실화하면 시중은행의 건전성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에 선정된 고위험 해운사의 대출 규모는 2조600억원이다. 은행이 1조1800억원,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3000억원, 보험이 1000억원 가량 물려 있다.

STX팬오션처럼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4개 해운사의 여신 8329억원은 이미 고정 이하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나머지 18개 해운사에 대한 여신 1조2300억원은 정상 또는 요주의로 분류돼있다.

이들 해운사의 부실이 가속화돼 대출이 고정 이하가 되면 은행권은 대손충담금과 대손준비금으로 최소 1486억원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사들의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1.97%에서 2.05%로 0.08%포인트(p)나 급증하게 된다.

전 세계 해운업의 수급불균형 해소 시점은 2015년으로 예상되고 있어 단기간 내 국내 해운사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기준 한진해운, 현대상선, SK해운, STX팬오션 등 대형 해운사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6조1000억원에 달하며 올해 만기 도래액만 5500억원 수준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구조조정 선박펀드를 통해 매각한 선박 33척(4700억원)의 재매입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추가 위협 요인으로 예보는 우려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 등 채권단이 경기 민감 업종인 해운업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신속히 구조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해운, 조선, 건설 등 취약업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은행들이 기업 신용위험 평가 시 업종별 특성과 위험 등을 고려해 세부평가 대상기업의 선정기준을 차등화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지난달 채권단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40개사를 구조조정대상 기업으로 선정했으며 조선·해운 3개사가 포함됐다.

금융권은 11월 발표될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에도 해운사가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