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밤문화에 초강력 유흥중독증 경보
마약보다 더 쎈 ‘그놈이 왔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 매트릭스의 광고 카피인 이 문구를 지금의 유흥업에 빗대도 무리가 없다. 최근 유흥업소들의 서비스는 기발하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하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힘들었지만 지금은 각종 엽기, 변태 서비스가 유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요즘은 그러한 서비스가 아니면 손님을 끌 수 없다는 게 유흥업계의 공식처럼 굳어진 상태다. 이에 유흥업소들은 일본, 동남아 등지서 도입한 아이템을 새롭게 각색해 개량형 하드코어 변태 서비스를 내놓기까지 한다.
유흥업 서비스가 이렇게 변해가는 이유는 손님들이 보다 강력하고 자극적인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손님들은 속칭‘유흥 마니아’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유흥업계의 흐름은 이 특정 부류의 손님들, 즉 ‘유흥중독자들’이 이끌고 있다.
매월 500만원 이상 써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해에 수백 억 원에서 천억 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업소가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유흥산업 규모는 60조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이 액수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유흥비용에 한정해서 추산한 것이다. 외국으로 나가 유흥을 즐기는 것까지 포함하면 유흥산업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이처럼 유흥산업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고정 이용자들, 즉 유흥중독자들이 끊임없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전 까지만 해도 ‘유흥중독자’란 개념은 없었다. 유흥업소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골’ 수준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다르다. 단골이 마니아로, 마니아가 유흥중독자로까지 발전해 심하게는 그들의 삶이 밤을 즐기기 위해 낮에 일하는 듯한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들 유흥중독자들은 인터넷상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들만의 교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업소들의 정보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속칭 ‘번개’ ‘정모’ 등의 모임을 유흥업소에서 갖는다. 새로운 시스템의 업소가 오픈하거나 더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업소가 등장하면 단체로 가격을 할인받아 이용하는 ‘공구’즉 공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사실 이 정도는 중독자가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진정한 중독자들은 이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혼자 룸살롱, 안마시술소 등 각종 유흥업소를 거의 매일 들리다시피한다.
또 각각의 업종과 업소들마다 모르는 마담이나 아가씨가 없을 정도다. 업계 동향에 대해서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다. 이렇게 유흥업소를 이용하면서 매월 평균 500만원 이상, 심하게는 월 5천만원을 소비하는 이들이 이른바 유흥중독자들이다.
이처럼 이들이 유흥업소를 찾아 헤매는 까닭은 무엇일까. 밤마다 유흥업소를 떠도는 이들의 지나친 중독성을 ‘인간적인 면’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강남 K룸살롱 마담은 “중독자들이라 볼 수 있는 이들 중에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한다.
가정과 회사에서 늘상 만나는 사람들에게 허전함을 느끼는 그들은 업소에서 따뜻한 정을 ‘순간적이나마’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 마담은 “실제로 중독성을 가진 손님들은 함께 ‘달리는’ 유흥피플들이거나 단골 마담이거나 지명아가씨들과의 ‘인간적인 교감’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점에서 중독자들에게 유흥업소는 또 하나의 ‘가상공간’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유흥중독자들 취향도 제각각
중독자들은 몇 가지 부류로 나뉜다. 새로운 서비스를 추구하는 중독자들, 새로운 아가씨를 찾아나서는 중독자들, 단골업소나 지명아가씨( 업소에 가서 고정적으로 선택하는 아가씨)와 애인모드로 즐기려는 중독자들 등등이 있다.
무조건 새로운 아가씨 찾는걸 즐긴다는 중독자 최 모(회사원,36)씨는 “유흥업계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아가씨들과 즐기는 게 좋다. 그 신선한 느낌이 좋은 것 같다”며 “업소가 아니면 어디서 그렇게 나이어린 아가씨들과 편안하게 대화하고 즐길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이런 즐거움을 생각하면 유흥업소에서 드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또 불법 안마시술소에 빠진 중독자 김 모(자영업,33)씨는 월 수익의 태반 이상을 업소 출입에 사용한다. 모 포털사이트의 유흥 커뮤니티 회원인 그는 “하루에 한 업소를 2번 이용할 때도 있다.
많게는 일주일에 10번이상 방문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나는 한 아가씨에만 필이 꽂히는 스타일이다. 마음에 드는 신입, 이른바 뉴페이스의 아가씨가 있으면 질릴 때까지 하루 두 세 번은 기본으로 관계를 갖곤 한다”고 말했다.
서초동 J안마시술소의 실장인 이 모(32,여)씨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달에 평균 3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돈을 쏟아붓는 손님들이 있다. 거의 회사처럼 매일 ‘출근’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독자들이 이런 곳에 빠져드는 이유를 대개의 사람들은 애인이나 아내에게선 차마 요구하기 힘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냥 그들에겐 이곳에 들르는 것이 생활인 것처럼 편안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유흥중독자가 늘면서 유흥중독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정상적인 연애와 자연스런 성관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3개월 전 유흥중독에서 용케 발을 끊었다는 유모(자영업?34)씨는 “돈만 있으면 만난지 몇 십분만에 낯선 여자와 바로 성관계까지 갈 수 있고 내 맘대로 갖가지 스타일을 찾아다닐 수 있는 생활을 오랫동안 하다보니 일반여성들과 하는 연애의 시작이 너무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져 정상적으로 여자와 사귀기도 힘들고 평범한 성관계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유흥중독 탈출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됐다”고 토로했다.
유씨의 경우처럼 한번 ‘유흥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마치 ‘불을 찾는 불나방’처럼 쉽사리 유흥업소 탐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거의 매일같이 이곳 저곳 유흥업소를 찾는 이른바 ‘탕돌이’ 등 새로운 유흥족이 속출하고 있을 정도다.
불야성 뒤 숨겨진 ‘유흥중독’
밤이오면 어김없이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하는 유흥업소들. 불야성을 이룬 밤거리엔 불나방처럼 찾아드는 뭇 남성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바쁘기만 하다.
마약보다 끊기 힘들다는 ‘유흥중독.’ 2008년 대한민국은 지금 휘황찬란한 밤거리 뒤 숨겨진유흥중독에 시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