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겨울 도로 불청객 ‘블랙아이스’ 주의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2022-12-05     기고
[매일일보 기고] 이번주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블랙아이스 사고 관련 인터뷰 요청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몇 해 전 서울 일산대교에서 발생한 14중 추돌사고에 관해 칼럼을 쓴 기억이 난다. 매년 같은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하는데도 계속 되풀이되는 점이 너무도 안타깝다. 운전자들의 안일함과 더불어 변함없는 정부의 무대책에 손발을 들게 된다. 교각의 경우 지열이 전달되지 않고 위아래로 부는 바람 때문에 다른 도로보다 기온이 몇도 낮게 측정된다. 특히 강이나 호수 주변은 습도가 높고, 야간에는 서리가 맺히게 된다. 일반도로는 아침에 해가 뜨면 바로 녹아 없어지지만, 다리 위에서는 해가 뜬 이후에도 몇 시간 더 서리가 남아 있을 수 있다. 특히 일출 시간이 7시를 넘겨 도로가 충분히 햇볕을 쬐기도 전에 복잡한 출근전쟁이 펼쳐질 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급한 마음에 안전거리를 여유있게 두지 않을 경우, 제동거리가 길어지면서 추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빙판길에서는 주의하면서 서리가 내린 노면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운전자들이 있는데, 서리가 내린 노면의 마찰계수는 빙판길과 비슷한 정도로 제동거리가 2배 이상 길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 상황에서 당황한 상태로 핸들과 브레이크를 작동하게 되면, 차량이 회전하면서 측면이 충돌하게 되면서 부상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보통 시속 100km 주행 시 마른 노면의 제동거리는 40~45m 정도인데, 전문 드라이버가 아닐 경우 50m 이상으로 길어지게 된다. 에코타이어의 경우는 고무가 경화되면서 제동거리가 좀 더 길어지기 때문에, 안전하게 60m로 예상하고 운전해야 한다. 여기에 서리가 내릴 경우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제동거리가 2배 길어지게 되므로 120m 가까이 밀리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이런 수치를 말해주면 “앞차도 미끄러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100m까지 거리를 둘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번주 블랙아이스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보면, 앞서 발생한 사고 현장을 눈으로 보면서도 차량이 미끄러지고 회전하면서 측면 추돌로 인해 중상자가 발생했다. 겨울철 눈이나 비가 내릴 경우 낮 동안 눈이 녹아 아스팔트 틈새로 스며들어 있다가 야간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도로의 기름 및 먼지 등과 섞여 까맣게 얼게 된다. 까맣고 반짝반짝하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이를 ‘블랙아이스’라 부른다. 블랙아이스는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눈에 안 띄는 경우가 많고, 다소 거리가 있을 때 TV 모니터처럼 검게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야간에는 반대차선의 라이트 불빛이 반사되는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블랙아이스가 발견되면, 미리 차량의 속도를 낮추고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한 후 블랙아이스 구간은 가능한 브레이크나 핸들조작 없이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겨울철 블랙아이스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온도 조건은 놀랍게도 영상 3℃ 내외일 때다. 차량에 표시되는 외부기온이 영상이라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교각과 같이 지열이 전달되지 않으며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나 산악지역은 대기온도보다 3~4℃ 낮아 영상의 날씨에서도 빙판이 형성될 수 있다. 산악지역으로 접어들거나 그늘진 산모퉁이 도로를 이용할 때는 전후좌우를 살핀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브레이크를 아주 살며시 밟아 노면상태를 체크하면서 조심스레 운전하는 요령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