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산심사도 '수박 겉핥기' 될 듯

국정원 국조 등으로 일정조차 못 잡아...졸속 진행 불가피

2014-08-19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국회의 2012년 결산안 심사가 올해도 ‘졸속 진행’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조기결산제에 따라 국회는 9월 정기국회 소집에 앞서 이달말까지 전년도 집행된 예산의 결산안을 심의·의결해야 하지만, 여야는 아직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여야가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등 정치논란으로 대치를 하면서 정작 국회 본연의 임무인 예산·결산심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산적한 민생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국회법 128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결산에 대한 심의·의결을 정기회 개회 전까지 완료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아직 결산국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새누리당은 결산국회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공동으로 제출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이에 화답하지 않자 지난 16일 새누리당 단독으로 제출했다.새누리당은 장외 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원내 복귀를 재차 촉구하며 결산국회를 조속히 진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이 공약을 구현하는 것이라면 결산은 야당의 몫”이라며 “야당이 견제라는 임무를 충실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이 국회를 볼모로 삼은 채 거리로 뛰쳐나갔다는 역풍 등을 의식, “광장과 함께 국회의 장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내외 병행 투쟁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당분간은 장외투쟁에 역점을 두고 결산국회에는 임하지 않을 전망이다.이러한 상황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결산심사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결산 심사에 착수할 방침이지만, 물리적으로 8월말까지 결산안 의결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무엇보다 결산 심사의 첫 단계인 상임위 심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결산안은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예결위 종합심사→본회의 의결’ 단계로 처리되는데 지난 6월부터 계속된 ‘국정원 댓글·대화록 정국’에서 결산안을 검토한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다.이에 따라 결산안 처리는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국회가 2004년 조기결산제를 도입한 후 지금까지 2011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결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여야가 뒤늦게나마 결산 심사에 집중할 수도 있겠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예년처럼 불과 2~3일 사이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심사하는 관행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결산 공청회도 생략될 가능성이 있다.이러한 ‘졸속 결산’은 새해 예산안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새해 예산안 심사 때 전년도 결산에서의 지적사항을 반영하기가 어려워지는데다, 시간에 쫓겨 새해 예산안 심사까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